갑자기 기온이 내려가서 겨울 내음 물씬하던 휴일.
모처럼 단풍 맞이하러 북한산 산행에 나섰다.
가을은 얼만큼 와있을까..
얼굴을 스치는 싸한 공기가 상쾌했다.
근데,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이게 왠.. 초록 초록한 풍경인지..
며칠 전에 내려준 비 덕분에
계곡은 풍성하게 물이 흘러 내렸다.
여름날의 메아리같던 콸콸..물소리.
그 소리에 목덜미의 솜털이 슬쩍 날을 세운다.
올라가도 올라가도 한결같은 초록 초록 단풍잎.
아직 산속은 여름이 머물고 있는 느낌이었다.
중성문에 오르니
그제야 보이는 볼그레한 담쟁이 얼굴.
이곳 쉼터에서 잠시 쉬어 가려고 했는데
아예 꽁꽁 싸매어 놓고 접근 금지 상태로 만들어 놨다.
얼마큼 더 올랐을까..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울긋불긋한 단풍!
와~ 역시 가을이었어..!
단풍을 본 후 신이 나서 오르던 걸음이었다.
억새가 출렁이는 산길을 지나고
이제나 저제나 단풍을 만나기를 고대하며 산을 오르는데
내 바람과 달리
온통 초록빛 일색이다.
게다가 갑작스레 몰아친 한파에
미처 물들 틈도 없이 시들어 버린 초록 이파리들..
에효..
올 가을 단풍은 안이쁠 것 같은 불길한 예감..
곱게 물들기도 전에 멍들어 버린 단풍잎..
힘든 세상이지만 우리 씩씩하게 살자..!
더 이상 올라가 봐도 황량한 모습만 있을 것 같아서
대남문을 1km 남겨두고 아쉬운데로 턴~!
하산하는 길.
햇빛이 지나간 자리마다 금세 차가운 기운이 내려앉아
손이 시리고 등에 한기가 느껴졌다.
햇살 좋은 낮시간이어서 패딩을 차에 놔두고 왔더니..쯔!
햇빛이 양명한 중흥사에 들러
따사로운 햇빛을 등에 업고 잠시 휴식.
따뜻한 둥글레차 한모금에 몸이 풀린다.
흰구름이 머문 듯 흐드러진 구절초는 아직도 고왔다.
산속은 아직도 초록빛 세상인데
멀리서 바라보니 볼그스레 가을빛이 역력하다.
그래서 때론 멀리서 봐야 하는 거라고..
너에게 끌려,너에게 끌려..
되돌아 보고, 되돌아 보았던 단풍.
나이가 드는 것도 아름다운 과정임을..
대서문을 비추는 석양의 따스함을 놓치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며 하산.
북한산 단풍은 해마다 10월 말쯤 되어야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가을을 보고 싶은 마음이 성급했던 것 같다.
다시 만날 때까지 이쁘게 물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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