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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산행 이야기

서오릉 설경

by bigmama 2022. 1. 23.

오랜만에 펑펑 눈이 내렸다.

무겁게 내려앉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송이를 창밖으로 내다보다가

북한산 산행이 가능한지 안내소에 전화를 걸어 물어봤더니

역시나 입산금지란다.

오후 들어 눈이 조금 잦아들기에

산책하기 좋은 서오릉으로 go~!

 

 

 

 

조금씩 흩날리던 눈발은 완전히 그쳤다.

꿩 대신 닭이라고, 북한산 대신 서오릉으로 왔는데

하얀 설원으로 변한 모습을 보니

오히려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이, 임금님~!

눈이 와서 좋으신가요?

저는 참 좋네요.

 

 

 

 

비둘기도 좋다고 산책로를 종종거리고,

 

 

 

 

모처럼 흠뻑 내려준 눈을 즐기려는 듯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목화꽃 닮은 설화도 이쁘고~

 

 

 

 

제설차가 남긴 발자국이 기찻길을 똑 닮았다.

 

 

 

 

뽀드득 뽀드득 눈을 밟으며 걷는 길.

시몬 너도 좋으냐?

눈 밟는 소리가..

 

 

 

 

뽀드득 거리는 소리는 맑고 청량했다.

마치 짖눌렸던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느낌..!

 

 

 

 

백지로 남아있는 눈밭에 콕, 콕, 남긴 발자국은

살아있음을 확인해 주는 것 같았다.

 

 

 

 

또 한차례 병원에서 연락을 받고

대기상태로 지냈던 지난 이틀여의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생이란 이토록 끈질기고 강인한 것이라는 걸..

 

 

 

 

마스크를 벗기엔 얼굴이 시리고,

쓰고 있자니 안경에 김이 서려

안갯속을 걷는 듯한 답답함을 코스크로 해결하였다.

몰골이 영 우습긴 하지만..

유레카~!

 

 

 

 

흐리던 하늘 한 귀퉁이가 잠깐 뚫렸는지

하얀 눈밭을 발그스레 물들인 석양빛이 솔숲에 길게 드러누우니

금방이라도 눈이 녹을 것만 같았다.

 

 

 

 

만남의 장소에도 생의 흔적들이 무수하고..

 

 

 

 

늘 닫혀 있던 재실이 활짝 문을 열어 놓아서

잠깐 들여다보았다.

 

 

 

 

정적이 감도는 고요한 공간..

 

 

 

 

수없이 오간 생의 흔적들..

 

 

 

 

늘 침묵 속에 잠겨있던 곳이었는데

오늘은 유난히 온기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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