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암을 반환점으로 생각하고 나선 산책이었는데
홍제천을 좀 더 걸을까 어쩔까 고민하다가
북한산 자락길 팻말을 보고 자락길을 가보기로 했다.
해마다 봄이 되면 노란 개나리가 뒤덮은 개나리 동산을
늘 차 타고 지나가며 눈으로만 구경했는데
오늘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
그냥 멀리서 바라볼 때는 경사가 심해 보여서
오르는 길이 힘들겠다 생각했었는데
막상 가보니 지그재그로 깔린 데크길이어서
노약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다.
노란 개나리가 피어있는 데크 산책로는
봄날의 안산과 비슷한 느낌.
산기슭은 노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
온통 노란빛이다.
올 봄에는 개나리를 원 없이 보는 것 같은 기분..
이 아랫동네는 홍은동인가..홍제동인가..
지그재그 길을 재밌게 걸으며
노란 개나리꽃에 흠뻑 취한 날.
간간히 연분홍 진달래도 만나고,
길이 편안하다고 마냥 걷다가는
산 능선에서 오도 가도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많이 들어본 포방터 시장이라는 이정표 글을 보고
이만 내려가기로 했다.
시간을 보니 4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내려가는 길은 무척 가팔랐다.
난생처음 와본 동네여서 길을 전혀 몰랐지만
무조건 아래로 내려가면 홍제천에 가닿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냥 직선 길로만 따라갔다.
산동네에 핀 산수유는 아직도 빛이 고왔다.
어찌어찌 드디어 홍제천 도착.
휴.. 이제 안심.
바로 옆에 포방터 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여서
이왕 온 김에 매스컴에서 한창 나왔던
시장 구경을 하기로 했는데..
포방터는 임진왜란 이후 도성을 지키기 위해
포 훈련을 했던 곳이라고 한다.
6.25 당시까지 포를 설치하여 서울을 방어했던 곳이어서
포방터라 불려 왔다네.
지역에 맞지 않은 포방터라는 어감이 생소했었는데
유래 깊은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곳이었다.
포방터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자연스레 생성되었다는 포방터 전통 시장은
의외로 아주 한산한 모습이었다.
매스컴에서 백종원 씨가 시장 살리기 일환으로 이곳을 소개한 후,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 들어서
상인들이 곤욕을 치렀다고 했는데
그래도 설마 하니 이렇게 썰물처럼 빠져나갔을 줄이야..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했던가..
아무 생각 없이 나오느라 물 한병 챙겨 오지 못해서
두 시간여 동안 물 한 모금도 못 마셨기에
버스를 타고 갈까.. 걸어갈까..
또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걷기로 했다.
이곳만 해도 수량이 많으니 비단잉어도 산다.
이곳에서 홍지문까지 1km.
걷다 보니 바로 앞에 옥천암이 보이고
북한산 자락길로 오르던 입구에 당도했다.
이제야 제자리로 돌아온 셈.
마애보살님께는 가볍게 눈인사만.
홍제천에서 노니는 백로의 몸짓이
무척이나 여유로워 보였다.
홍지문이 보이니 더더욱 반가운 마음~
세검정 삼거리에서 육교를 오르며
처음으로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에너지가 고갈되어 도저히 계단은 못 올라가겠기에..
그 많던 육교가 서울 도로에서 대부분 사라지고
이 근방에만 몇 개 남아있는데
이 육교는 서울에서 제일 긴 육교였다고 한다.
다른 육교에도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노약자들을 위해 육교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한다는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는
예산 낭비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몸이 힘드니 은근 편하더구만요..ㅎ
나도 이제 노약자.
집에 와 만보기를 확인하니
1만 2천 여보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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