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부산 나들이를 함께 한 6명의 지인들과의 인연은
우리들 나이가 30대와 40대 초반 때부터였다.
같은 동네에 살면서
내가 지점토 공예를 할 줄 안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된 후
지점토 공예를 가르쳐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일주일에 한 번, 우리 아이들이 유치원에 간 시간에
우리 집에 모여서 지점토로 생활 소품을 만들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고 그렇게 지냈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처음엔 선생님과 제자(?) 같은 사이었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수강료 같은 건 받지 않았다.
그러다가 내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자
이렇게 헤어지면 못 만나게 된다면서
모임을 만들자고 하기에 나도 응했고,
그렇게 해서 삼십여 년이 넘은 세월 동안 교류하고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암튼,,
삼십여 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는 동안
세 사람은 70대 중반을 앞두고 있고,
남은 세 사람도 60대 중반이 되어간다.
여자 나이 70이 넘으니 삶에도 여러 변화들이 찾아왔다.
세 분의 남편 모두가 건강이 안 좋으셔서
한 분은 7년 전에 간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으시고
한동안 아주 건강하게 잘 지내셨는데
요즘 다시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고 하고,
또 한 사람의 남편은 작년에 암 투병 중에 돌아가셨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이번에 부산 나들이를 간절하게 원했던 언니의 남편은
오랫동안 앓던 당뇨병과 신부전증으로
일주일에 세 번 혈액투석을 해야 했다.
남편이 아프거나 돌아가시니
언니들 차림새부터 바뀌어 갔다.
늘 밝고 화사한 옷을 즐겨 입던 언니는 남편을 떠나보낸 후,
일 년이 지나도록 어두운 색깔의 옷만 고수하고 있고,
모임 때마다 남편 생각에 눈물을 보인다.
무척 다정다감했던 남편 같았는데도
답답한 사람이라고 우리에게 흉도 많이 봤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 부부간에는 정이 너무 많아도 탈,
적어도 탈인 것 같으니..
이번 부산행은 몸 아픈 남편 생각에
근 5년 여 동안 여행 한번 제대로 못한 언니를 위한 나들이였다.
단 하루도 밖에서 지내지 못하는 그녀의 마음을 헤아려
그녀가 원하는 대로 당일 나들이를 하기로 했고
부산에 가보고 싶다는 의견에 순순히 그러자고 했다.
그녀는 아주 많이 설레어했다.
나들이 가기 며칠 전,
이번에도 못 갈 것 같으니 자기 기차표는 취소를 시키라는
연락이 왔다.
딸 가족이 집에 왔다 갔는데
모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네.. 헐..
그동안 건강이 안 좋은 남편을 위해 외식도 전혀 안 했다 하고
오로지 한 달에 한 번, 우리들만 만나며 조심 또 조심하며 지냈는데
엉뚱한 곳에서 복병을 만났다.
이미 계획된 나들이였고
일이 있는 사람도 스케줄 조정을 끝낸 후라서
격리만 해제되면 괜찮겠거니 생각하고
나머지 다섯 명은 나들이길에 오르게 되었는데..
부산 나들이 다녀온 이튿날 밤에
안타까운 부음 소식을 들었다..
격리 해제후 남편 분이 급작스런 폐렴으로 운명하셨다네.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는 것 같은 충격..!
뉴스에서나 보고 듣던 가슴 아픈 이야기가
내 주변에서 발생한 것이다.
다음날 부랴부랴 문상을 갔더니
언니는 아무런 말없이 눈시울을 붉히고
딸은 죄책감에 못 이겨 흐느껴 울기만 했다.
이번 부산 나들이는
우리들 6명 모두에게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나들이 포스팅을 할 때는 그때의 기분으로 되돌아가
즐겁게 글을 썼지만
일상으로 되돌아온 지금,
현실과 마주하며 옷깃을 여미게 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회상의 글이라서
댓글 난은 닫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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