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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산행 이야기

태풍 전야, 북한산.

by bigmama 2022. 9. 5.

종일 내리던 비가 잠시 소강상태였던 휴일 오후.

국립공원 입장 금지라는 뉴스를 듣고

북한산 둘레길이나 걷자고 나선 걸음이었는데

막상 북한산성 입구에 당도하니

차량만 출입이 통제되었고 산책은 가능한 상태였다.

 

 

 

 

태풍 힌남도가 곧 상륙할 거라는 예보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도로에 나뒹구는 고엽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무장애 탐방로에 들어서니

화사하게 핀 벌개미취가 내 시선을 붙잡았다.

 

 

 

 

경직되어 있던 내 마음이

꽃 앞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던 순간..!

 

 

 

 

흐드러진 개미취에 흐렸던 마음이 활짝 개이고

발걸음도 가벼워지는 느낌!

 

 

 

 

친구를 만난 것처럼 노란 마타리도 반가웠다.

 

 

 

 

무겁게 내려앉은 구름이 언제 비를 뿌릴지 몰라

자꾸 하늘을 올려다보긴 했지만,

 

 

 

 

연보랏빛 흐드러진 꽃밭을 만날 때마다

상승되는 기분이었다.

 

 

 

 

꽃밭에 앉아 보고 싶었지만

출입은 금지!!

 

 

 

 

복원 중인 서암사에도 인기척이 전혀 없다.

서암사는 산성의 수비를 위해 호국 승려들이 머물며

수행하던 사찰이었다는데

19세기 말 대홍수로 매몰되었었다고 하니

자연재해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다시 한번 일깨우게 된다.

 

 

 

 

서암사 옆 돌담에 옹기종기 쌓은 작은 돌탑들은

지난 폭우에 많이 허물어진 모습이었다.

늘 이곳을 지날 때마다 돌 하나 얹으며

잠시나마 마음결을 가다듬었었는데

힌남도를 떠올리며 다음으로 미루었다.

 

 

 

 

산성 계곡에는 거대한 바위들이 떠밀려 내려와 있었다.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폭포를 보다가

뒤늦게 동영상 딤기. 큐~!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와 목욕하는 곳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없을 아름다운 풍경은 여전했지만,

 

 

 

 

덕암사로 가는 원효교는 통행금지 상태였다.

 

 

 

 

반듯하게 나있던 도로 위에는

큰 바위가 굴러 내려와 도로를 막고 있고

계곡 따라 쌓은 축대도 맥없이 무너져 내린 모습이다.

곧 힌남도가 오는데 저런 상태로 견딜 수 있을런지..

 

 

 

 

북한동 역사관 이상은 더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 생각되어서

이곳에서 유턴하려고 했는데

별 제재 없이 뻥 뚫린 새마을교를 보고 

조금 더 올라가 보기로 했다.

 

 

 

 

계곡에는 못 보던 바위들이 가득했다.

이 많은 바위들은 어디서부터 굴러 내려온 걸까..

 

 

 

 

산을 오를수록,

거대한 태풍 앞에 미리 나선 잔바람이

산속을 들쑤시고 있었다.

 

 

 

 

바람소리에 귀를 곤두세우고 걷다가

딱 마주친 가을..!

 

 

 

 

와우~~ 드디어 북한산에도 가을이 둥지를 틀었다.

 

 

 

 

머리 위를 휘젓고 다니는 바람 소리와

점점 더 낮게 내려앉는 구름이 심상치 않아서

중성문 앞에서 이만 되돌아 가기로.

 

 

 

 

하산하면서 대서문을 지나려다가

문득 대서문에 올라보고 싶었다.

대서문은 북한산성의 16 성문 중 정문인 곳이다.

 

 

 

 

대서문으로 올라가는 길은 성벽 옆 돌계단.

 

 

 

 

북한산성의 정문인 대서문에 오르니

생각보다 넓지막하고 탁 트인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는데

낮은 기둥이 받치고 있어서 아주 안온한 느낌이었다.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누군가가 아주 편안한 자세로 쉼을 하고 있었던 걸 보면

일찌감치 쉼의 명당으로 알려져 있었던 것 같다.

 

 

 

 

산등성이에 가려 서쪽만 보이는 전망이었으나

먹구름이 밀려오는 하늘 아래로

물결처럼 출렁이는 능선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산은 늘 그 모습 그대로인 것 같아도

크고 작은 시련을 겪을 때마다

속 살에 많은 상처를 입는다.

 

그 상처는 그대로 굳어지고,

그 옆으로 새로운 길이 생기고, 

우리는 무심히 그렇게 만들어진 새 길을 걷는다.

힌남도는 또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고 갈런지..

 

곧 상륙한다는 힌남도의 상황에 온 신경을 모은 채

긴장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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