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늦긴 했어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꽃무릇을 보려고 서대문구 안산에 갔던 날.
홍제천 인공폭포 앞에 카페가 새로 생겼다.
전망 좋고~!
분위기 좋고~!
어느새 여유를 즐기려는 시민들의 쉼터로 자리 잡았다.
이젠 홍제천의 명물이 된 인공폭포.
우리는 한눈팔 새 없이
부지런히 안산 자락길로 올라갔다.
꽃무릇 시기를 놓쳐
기대반 포기반의 심정이었는데
언덕배기를 오르니 고운 모습이 보였다.
와..기다려 줘서 고마워~!
초록빛 사이에 점점이 흩뿌려진 붉은 빛깔..!
눈맞춤하며 고운 모습도 찍고~!
근데 올여름 무더위가 많이 힘들었는지
작년처럼 꽃이 많이 핀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떨구고 간 과자를 줍듯
꽃무릇을 눈에 담으며 총총..
내년에는 더 싱싱한 모습일 때 만나자..!!
며칠 후 우이령 가던 날.
한층 무르익은 가을이 느껴졌다.
예약자가 많지 않은 평일은
65세 이상은 신분증 확인하고 전화번호를 알려주면
사전예약 없이 바로 입산할 수 있는데
배우자는 덤으로 통과됨.
난 이런 길을 걷는 게 참 좋다.
몸도 마음도 널럴하게 이완되어 아주 기분 좋은 느낌..
요즘 맨발 걷기가 유행이라더니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부쩍 많이 보였다.
고양이가 어쩌다 이곳에서 헤매고 있는지..
잔뜩 긴장한 모습이 안쓰럽기도 한데
가까이 다가가면 곧 달아날 기세였다.
이럴 땐 모른 척..
울 남편 열심히 걷고,
난 뒤에서 노닥거리며 놀고..
오봉은 볼 수록 참 절묘하다.
어쩌면 오벨리스크 처럼 바위 틈에 스며든 물이
범인이었을거라고
감성 1도 없는 생각을 하면서 바라봤는데
그래서 더 절묘해 보였다.
오봉 전망대에서 잠시 휴식.
지난번 왔을 때는 무심코 지나쳤는데
숲속에 있는 전망대 벤치가 태양광 판이어서 놀랐다.
알게 모르게 스며든 스마트한 세상..!
추운 날 따뜻한 벤치에 앉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겨울 산책이 기다려진다.
우이탐방센터까지 내처 걸으려다가
우이령 최고봉인 소귀고개에서 유턴..!
폭우가 훑고 지나간 자리에 깊게 패인 상처만 남았다.
같은 길을 걸어도
올라올 때와 내려갈 때 보이는 것들이 다르고
느낌도 다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