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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병원 이야기

by bigmama 2024. 10. 28.

 

남편이 병원에 입원한 이틀 후.

비로소 하늘이 보였다.

 

폭염이 한창이던 두 달여 전.

완만한 우이령을 오르는 것도 힘들어해서

날이 너무 더워서 그런가 보다 했었다.

그러다가 가슴이 답답하다며 잠을 못 자는 날이 일주일여 지속되어

주치의가 있는 병원에 갔는데

심전도 검사 결과 바로 입원하라는 통보..!

 

 

 

 

 

집으로 돌아와 정신없이 입원 준비물을 챙긴 뒤

다시 병원으로 되돌아가 영문도 모른 채 입원을 했다.

환자복을 입은 남편 모습을 보며

다가올 상황이 두려워서 가슴이 떨렸다.

 

 

 

 

 

나의 간병 생활은 많이 단순했다.

오전 10시에 병원에 와서 함께 밥 먹고 남편 옆에서 지내다가

밤 9시에 나 홀로 귀가.

 

귀가 후에는 집안일을 하려 해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겨우 다음 날 남편에게 먹일 반찬 두어 가지 만들고

잠을 청하지만 쉽사리 잠에 들지도 못했다.

텅 빈 집에 홀로 있는 것이 왜 그리 낯설던지..

 

 

 

 

 

병원에서 자던 날 밤 산책 중,

반달이 유난히 밝게 빛났다.

며칠 동안 매일 이런저런 검사하고 투약하고

상황을 체크하는 것이 반복되었다.

 

 

 

 

 

대학 교회인 루스 채플

 

 

 

 

 

병원에서 자는 날에는 밤마다 채플 정원을 산책했다.

고즈넉한 분위기가 참 좋았다.

 

 

 

 

 

어느새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식사 후, 우리 라운지 산책은 필수 코스가 되었다.

 

 

 

 

 

시술 전날 밤..

병명은 부정맥이라고 했다.

그동안 등산도 거뜬히 다니고 나름 건강한 사람이었기에

심장에 이상이 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시술은 성공적이었다.

 

 

 

 

 

집에 와도 건성으로 지나쳤던 화초들이었는데

문득 눈에 들어온 하얀 꽃.

거실에 있던 나도샤프란 꽃이 언제 활짝 피어 있었다.

 

 

 

 

 

병실에서 내다본 창 밖으로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큼지막한 플래카드가 걸린 걸 보고서야

비로소 수상 소식을 알게 되었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날.

라운지에 앉아 있는데 천장 위를 지나가는 바람소리가

파도소리처럼 들렸다.

 

 

 

 

 

시술은 성공적이었으나 

이후의 투약 부작용의 고통으로 힘겨워하던 이틀간..

지켜보는 나에게도 고통의 시간들이었다.

 

 

 

 

 

다행히 하루, 이틀 지나면서 남편은 안정이 되었고

이내 평안을 되찾았다.

 

 

 

 

 

병원과 맞닿은 대학교에 있는 연세역사의 뜰 산책.

 

 

 

 

 

나도 모처럼 마음의 평화를 느끼며 뜰을 거닐었다.

 

 

 

 

 

전날까지도 아무런 소식을 듣지 못해 퇴원을 못할 줄 알았는데

의사 선생님이 아침 회진 시간에

퇴원해도 된다는 승낙이 떨어졌다.

 

2주 만의 퇴원.

병원에서 나가도 된다고 했지만

반가움 반, 불안감 반이던 마음..

 

퇴원 후,

남편은 일상생활을 되찾았다.

 

매사 자신하던 행동들도 이젠 조심으로 바뀌어

삶의 모습이 많이 단조로워졌지만

무난하게 일상생활 하는 것을 볼 때마다

천지신명에게 감사드리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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