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가 열리기 사흘 전쯤,
선배 언니가 남편 일로 애 많이 썼으니 선물을 주겠다며
음악회에 가자고 한다.
물론 농담의 말이었지만
말이라도 고마워서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음악회가 열린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이건음악회는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와 쉬운 접근을 바랐던
이건산업의 선대회장의 바램대로
음악을 통한 감동과 행복을 함께 나누고자
35년 전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가을이 무르익은 예술의 전당 광장은
이건음악회를 관람하기 위해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35회의 이건음악회는
바로크 음악을 대표하는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로 극찬받는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함께
바로크 바이올린의 여왕이라 불리는 레이첼 포저와
오보이스트 신용천의 협연이었다.
이런 퀄리티 높은 음악회를,
그것도 전 회 무료공연이었다고 하니
한 사업가의 선한 영향력이 얼마나 위대한 건지..
콘서트홀 안내코너에서 좌석표를 교환받고
10여분 쯤 기다렸다가 음악회장에 입장하였다.
콘서트홀은 3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객석 규모가 엄청나서 무대가 작아 보일 정도였다.
우리 좌석은 2층 A블록.
무대가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곳이 아니라서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음악회의 규모가 실감 나던 자리였다.
음악회 시작 전,
무대에 올려진 피아노를 닮은 챔발로가 눈에 들어왔다.
하프의 영롱하고 청아한 음색과
오르간의 소박한 음률을 섞은 것 같은 쳄발로(하프시코드)의 소리는
곧장 바로크 음악의 세계로 우리를 끌어들였다.
바로크 음악하면 떠오르는 바흐..!
유럽의 궁정에서 연주되던 바흐의 곡을 들으며
상상의 나래는 펼쳐지고..
1부가 끝나고.. 잠시 휴식.
레이첼 포저의 연주하는 자태는 선녀 같았다.
음률 따라 찰랑거리는 금발의 화려한 몸짓과
온몸이 활이 되어 바이올린의 현을 누비던.. 선녀..!
바이올린을 켜는 모습이
이렇게도 황홀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꼈다.
2부 공연이 끝나고..
새롭게 편곡한 아리랑 연주에 이어
두 번의 앙코르 연주가 이어졌는데도
객석을 떠나지 못하고 박수를 보내는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에
레이첼 포저는 바이올린 독주로 화답해 주었다.
아련하면서도 심금을 울리던 바이올린 독주..
나도 모르게 내 눈에 눈물이 어렸다.
바로크 시대 음악의 고유의 감성을 오롯하게 느낀
기분 좋은 힐링의 시간..
당시의 악기로 연주되어
고전 음악 본연의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다.
감동의 음악회가 끝나고..
가을이 머물고 있는 감나무 아래서 한컷~!
아름다운 가을 밤..!!
감동의 가을 밤을 선사해 준
선배 언니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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