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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뒤집어진 팔자

by bigmama 2009. 1. 20.

 

 

 

 

 

 

그녀는
남편의 장례식에서
눈물 한 방울도 보이지 않았단다.

오히려 시댁 식구들 보기 민망한 친구가 울으라고 할 정도였데네.
눈물이 안나오는 걸 어떻하냐...그러더란다.

 

조문 온 친구들과는 간간히 웃기도 하면서
그렇게 남편의 장례식을 치렀단다.


그녀와 나는 학부형으로 만난 사이.
아들들이 서로 고교 동창이기에
학교 행사에서 간혹 만날 수 있었고
고교 졸업 후에도
같은 동네에 살다보니 간간히 소식을 들을 수 있었던 그런 사람.

 

그녀의 삶은
내가 그녀를 알게 된 7년여의 세월간에
무지막지하게 나락으로 떠러져 버렸다.

 

내가 그녀를 알기 전의 그녀의 생활은(전해들은 이야기)
우리 동네의 크나큰 집에서
기사에,붙박이 아줌마까지 두고 산 회장님 사모님!

 

그녀를 알게 된 초기에
그녀는 비교적 큰 평수의 빌라로 이사를 하였고
집들이 삼아 그녀의 집을 한 번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때만 해도 가구며 살림살이를 새로 장만하였었고
부부 모두는 B** 자동차를 각각 소유하고
여유로운 생활의 모습을 보여 주었었는데...

그녀 또한 자기 매장을 갖고 의류업을 하기도 했던
그런 사람이었는데...


그 후,어쩌다 그렇게 된건지 속 사정은 자세히 모르지만
남편이 경제 사범으로 구속되어 몇 년을 옥고를 치루게 되면서부터
가세는 급격히 기울어져 갔다.

 

자신의 매장을 팔아 생활비외 빚청산을 하였고
자동차도 언제 어떻게 처분했는지도 모르겠고
급기야는 집까지 넘어가고
전세도 아닌 월세방으로 거처를 옮기게 되는
기막힌 삶의 변동이 생겨버린 것이다.

 

그 와중에 남편에겐 치명적인 암까지 발병하니
그녀의 심신이 어떠했을지 상상도 안된다.

 

식구들 모두 망연자실하여 무기력에 빠져 지내는 동안
그녀는 먹고는 살아야겠기에
식당에서 일을 했나보다.


그런데 우연찮게 아는 학부모가 그 식당에 갔다가
그녀를 발견하곤 난감했었다는 이야기가 한 때 들리기도 했었다.

 

그녀의 뜻하지 않은 삶의 행로에
그녀를 아는 지인들이 많이 안타까워했고 애석해 했지만
아이들이 커나가고 있으니
어떻해든 조금이나마 나아지겠지 하며 지냈는데


장례를 다 끝내고 난 뒤에서야
뜻하지않은 부음을 접하고 나니
그 순간에는 내 손이 다 떨렸었다.

 

그랬었네...그랬었네...

 

그녀와 잘 알고 지내는 내 지인에게 "그 때 연락을 하지 그랬느냐"하니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닌줄 아는데 연락하기가 뭐해서 안했다고 한다.

 

그래도...좋은 일이라면 안가봐도 괜찮지만
나쁜 일일수록 찾아봐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애꿎은 내 지인에게 서운타 하긴 했지만


어찌 생각하면
불행의 한가운데에 갇혀버린 그녀의 입장에서는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불행스런 모습을 보이기 싫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을 화장시키고 온 다음 날
남편의 옷가지들을 몽땅 내버렸다는 이야기와
상복도 모두 태워 없애고
오히려 옅은 화장을 한 얼굴을 하고
만나서는 "배고파~ "했다는.

 

그렇게 장례식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여러 이야기를 전해주며
더러는 이해가 안되는 행동이었다고 얘기하기도 하고,
일부는 자세한 내막을 아는 것 같았지만
전해주는 이야기외에 나도 더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래도 죽은 사람만 서러운거야...

별 치료도 안했다나봐...
오히려 남편이 돌아가셔서 그녀 개인적으론 다행인 일인지도 몰라...등등
하마평이 무성한 가운데
어쩌면 그녀의 무한한 슬픔이
그렇게 의외의 행동으로 나타난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 깊은 속을 어느 누가 알겠누...

 

인생이란거! 살다보니,
운이나 우연으로 무슨 일이 생기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좋은 일에는, 많은 시간 알게 모르게 노력한 것 또한 많을 것이며
나쁜 일에는, 긴 시간 많은 과오와 시행착오가 많았을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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