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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노년의 모습

by bigmama 2009. 1. 6.

 

 

 

 

죽을 때까지 인간답게 평온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있는가?
있으면 어떤 것이며,좋은 방법이란 어떤 것인지?
 
살아가메

많고 많은 문제에 봉착해서
고뇌하고,고통받고 있는 젊은이들을 보는 것이 딱한 노릇이긴 해도


인간이 짊어질 고통이 누구나 할 것 없이 다 거기서 거기이고 보면
자신이 노력만 한다면 얼마든지 벗어날 수도 있기에
그래도 젊었을 때 겪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고
위로도,위안도 하겠다만.

 

기억력의 퇴색과 함께
인간다움을 억지 불가항력으로 벗어 내던져야 하는 노인들을
바라보는 심정도 이루 말할 수 없이 가슴 짠하다.


인간의 감정을 서서히 상실하게 되는 그 서러운 고통의 길 치매.
집안 어른 중의 한 분이 치매증상이 있다.

 

젊은 시절(1930년대 말) 숙명여전(지금의 숙대)을 다니셨고
일본 유학까지 꿈꿨지만 집안 반대에 부딪혀
혼인과 함께 평범한 아낙의 길을 가게 된
깔끔,단정,지성에 미모까지 겸비하신 그런 신여성이셨던 분.

 

어쩌다 인사를 드리러 가면
온 살림에서 윤기가 반질 반질~
되돌아와 본 내 살림 뽄새가 챙피하여
덕분에 이따금 대청소를 하기도 했던 기억.

 

신여성답게 궁핍한 살림들이 대세이던 그 옛 시절에도
참 세련된(?) 삶과 의식으로 사신...
물론 남편의 바람으로 맘고생이 조금 심하셨긴 했다.

 

그런 분이 기억이 오락가락 하신다.
물론 팔십대 중반을 넘기신 연세라 그럴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하기도 하고
오히려 그동안 다른 분들보다 더 정정하신거였다고
위안들을 하지만

깔끔하고 완벽에 가까웠던,흐트러짐없던 그런 분이라
더 충격으로 다가온다.

 

수십년 전 옛날 일은 기억하시면서도
어제,오늘의 일이 가끔 메모리되지 않는,
일주일 한 달전의 얘기는 아예 금시초문인 경우가 솔찮은 그런 상태.
 
아직도 그 깔끔한 성품과 자세가 흐트러지진 않았으나
머지않아 닥쳐올 상황이라
그 깔끔한 손 끝을 바라보고 있는 내 시선이
말없이 떨려오곤 했다.

그러다 시선이 마주치면 그냥 흐릿하게 웃을밖에...

 

당신 역시 "내가 요즘 이렇다~"며 애써 헛헛하게 웃어 넘기시고
자신의 현 상태를 순순히 받아 들이시는 모습이지만
그 초연한 마음 가짐 뒤로
두려움과 공포가 어찌 없으리오.

 

감정의 기복이 심해져서
가끔 눈시울을 붉히시거나
소리없이 눈물만 흘리기도 하시니
회한이 많으신가보다.

 

지켜보는 주변들도 두렵고 공포스럽긴 매 한가지지만
당사자로서의 그 두려움과 공포가 어떨지
막연하게라도
도저히...도저히
가늠해 볼 수가 없다.

 

내 노년의 모습에 대한 구체적 그림없이
시간이 자연스레 절로 해결해 주리라 믿었건만,
그래서 화사한 노년만 그리고 있었는데.

 

뜻하지 않게 변질되어지는 어른의 노년의 모습을 보며
내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강한 공포심이 밀려오는것을 어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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