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모임에서 수다중에
지금까지 무얼하고 살아왔는가..가 대화의 주제로 떠올랐는데...
대부분 전업주부들인지라 느닷없는 선문답같은 물음에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 . . . . . . . .
이윽고,
살림만 했으니 별로 한게 없다는 침울한 대답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다시 산다면 이젠 열심히 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장밋빛 이야기들이 마구 쏟아졌는데(나도 포함)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선배왈~
그렇게 산다면,, 장담하건데...!!
이 자리의 누구도 지금 이 모습으로 이곳에 나와있지 못할 것이다.
집에 있는 남편과 아이들도 역시 지금 모습이 아닐 것이다.
그건 잊지말라..
이런 냉엄한 충고를 곁들인다.
이후 한 동안 설왕설래 여러 이야기가 오갔는데...
산다는거,
지지고 볶고 살면서 나름 내부적으로야 곡절이 많았을지라도,
어쨋거나 그래도 지금까지 잘 참았고 잘 이끌어온 것만 봐도잘 살아온 거 아니냐 하는 지적에는
그만 다들 슬그머니 꽁지를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얻는 것도 있겠고 잃는 것도 있겠지만
현재 만족스런 삶을 살고 있는건 아닐지라도
또다른 삶에 대한 강한 자신감도 없고
절대적 확신도 못하는거 였기에.
그 뒤로 나온 마무리성 화제는 무얼하고 살까..?였다.
결론은...
이제와서 나를 찾겠다거나
내 행복이나 야망을 찾겠다고 행여 밖으로 돌지 말고
현재의 위치를 지키고 여지껏 살아온데로 그렇게 성실히 살아가자는 것이었는데
되새겨보면 결국은 백조들끼리의 위안일수도 있겠다.
영화 "마요네즈"는
가족보다 자신만을 위하고 아끼며 산 여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젊은시절 그런 엄마를 자랑스레 여기며 큰 딸.
하지만
남편이 쓰러져 수족을 못쓰는 와중에도 남편의 수발을 게을리한 채 방치하여 죽게되자
그걸 본 딸은 미련없이 엄마를 마음에서 지워버리고
여자는 결국 딸에게 버림받는다.
엄마라는 존재... 왜 엄마를 그리워할까..?
그건 엄마가 나를 사랑해서였다기 보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셨기 때문일꺼야...
나의 행복은...?
우선 나의 남편과 자식이 무탈해야 하는 것.
이건 내가 행복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니까.
이 기본요소가 충족된 뒤라야
야망도,희망도 꿈꿔볼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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