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들이 먼저 군에 가던 날.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4월의 어느 날이었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고
흐려진 시야로 연신 아들의 얼굴만 쳐다보고 또 보고 했던...
아들을 두고 되돌아 나오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옮기면서
그제서야 눈에 들어온..부대내의 눈 시리도록 만개한 벚꽃.
그 날처럼 처연해 보이는 벚꽃이 또 있을라나...
그날의 벚꽃을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큰아들 군에 가던 8월 어느 날.
유난히 비도 많이 내렸다.
내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 주룩주룩 내리는 비는 너무도 처연했다.
내 시야는 오고가는 내내 흐려 있었다.
아들을 두고 되돌아 오는 길.
왠 장대비는 그리도 쏟아붓든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빗속을 뚫고 지나오던 경춘국도를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랬던 두 아들.
이제 마저 전역한다.
신의 아들이니,인간의 아들이니 하는 냉소적인 풍자가 들끓는 이 땅에서
아들을 군에 보내야 하는 아비는 신이 되지 못한 자책으로 가슴 한구석에 그늘을 만들고
아들가진 어미로서 겪어야 했던 숱한 가슴앓이들.
마침내,, 길다면 길고 험난했다면 험난한 대장정을 완수함에
비로서 안도감과 함께
지난 날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간다.
비가 많이 올 때나
눈이 많이 내릴 때나
더운날이 기승이거나
추운 혹한이 몰아칠 때
늘 가슴이 부대끼게 아들을 생각했다.
좋아하던 음식을 보면 못견디게 보고팠고
맛있는 외식도 죄짓는 것 같았던...
텅 빈 아들의 자리가 늘 허전하게 느껴졌었던...그랬던 날들이었다.
드디어
내일은 전역하는 날.
"아들아.
훈련이 힘들기로 유명한 그 부대에서
군생활을 잘 이겨내고 무사히 끝마치게 되니 많이 고맙고 정말 장하다.
전역 진심으로 축하해~~
인생길 가면서 작으마한 고개를 또 한번 넘었구나.
끝은 곧 시작을 의미하는 것,
이제부터 다시 시작인게야.
희망을 품고 나서는 길.
어쩌면 사회는 군보다 더 냉엄하고 힘들 것이다만
군에서 겪은 수많은 경험들이
앞으로의 삶에 좋은 양분이 될 수 있다면 참 좋겠구나.
너의 미래를 위해 화이팅!!
그동안 수고 많았다.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