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남편은 친구 딸 결혼식이 있어 외출했기에
산에 가는 건 포기하고
집에만 있게 된 널럴한 휴일.
그런데 컴퓨터가 제대로 작동을 안하는거라.
다음에서 장애점검이 있다는 공지가 있기에 그런가보다 싶어
무료한 휴일을 어찌보내나 하다가
책장에서 책 한권을 빼들었는데...
마흔 초반에
장자의 철학을 비교적 가벼운 터치의 이야기로 다룬 책을 읽어보려 했었다.
책제목이 1편의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마라"와
2편의 "털끝에 놓인 태산을 어이할까"
3편의 "눈섭에 종을 매단 그대는 누구인가"인데
1편을 중간쯤 보다가 그만 덮어버렸었다.
끝없이 자유로워지기 위한 마음가짐이나 방향제시가 훌륭했음에도
한창 현실에 부대끼고 있는 나에게 전혀 위안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읽다보니 오히려 짜증이 났다.
이 땅에 사는 사십대 아내이자 엄마로서 아들 둘이 중학생일 때이니
대학 진학문제도 슬슬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고,
물질적 욕구와 소비가 왕성했던 시절이었으니
한마디로 전혀 정서가 맞지 않아서 읽기가 껄끄러웠던거다.
오히려 속이 뒤집혔다.
아니,지금 시대를 알면 이런 소리 절대 못하지!!...그랬었다.
무료한 차에 빼어든 책.
책장 한귀퉁이에서 먼지를 쓰고 있는 그 책을 조심스레 꺼내어
먼지를 털어내고 찬찬히 읽으며 책장을 넘기는데
문장 하나하나에 공감이 가면서 마음까지도 차분해졌다.
똑같은 책인데도 이리 반응이 다를 수 있다니...
작가는
마음이 불편할 때도,따분하고 지겨울 때도 장자를 읽었다는데
그러면 마음이 편해지고 개운해졌다는데
그런 상태를 공감은 커녕 짜증이 났었던 이전의 나였는데
참...!! 다 때가 있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컴퓨터가 정상이 되고보니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을려는지...
컴퓨터때문에 책읽기가 힘들어진 요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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