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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이야기

이 엄동설한에...

by bigmama 2012. 1. 4.

 

 

 

 

 

 

 

지난 겨울,

베란다의 화초가 예년처럼 무사할 줄 알고

거실에 들여 놓지도 않고 보온에도 등한시한 채 월동준비를 소홀히 했다가

아끼던 화초 여러개를 동사시키거나 냉해를 입혀서

아직도 그 후유증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비실거리는 화초가 있기에,

 

이번 겨울에는

한파 소식만 들리면 비닐을 씌워가며 찬기운을 차단해 주었더니

어머나~

동백꽃 봉오리가 슬며시 열리고

그 고혹적인 붉은 빛은 썰렁한 기운이 감도는 베란다의 심장이 되었다.

 

지난 한해를 꽃봉오리가 맺힌 채로

끝내 꽃으로 열리지도 못하고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가졌던 천리향도

마침내 열리며 겹겹의 꽃술을 내보이고...

 

새해벽두에도 여전히 변함없는 매서운 한파로 심신이 움츠러들대로 움츠러들었는데

커피 한잔 앞에 두고 소파에 앉아서

겨울 햇살이 잔잔히 부서지는 베란다의 붉은 동백꽃을 보고 있노라니

이 엄동설한에 큰 보물을 지닌 듯 마음 흐뭇하다.

그나저나 정작 제 철인 봄에는 이 꽃을 볼 수 없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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