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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가슴 절절한 노래가 있으시나요?

by bigmama 2012. 6. 25.

 

 

 

 

학부모 모임에 환갑을 넘기고 곧 육십대 중반이 되어가는 분이 있다.

대충 고만고만한 나이의 우리들은 이젠 친구가 되어 스스럼없이 지내지만

한참 연장자인 그녀에게 만큼은 다들 형님이라 칭한다.

 

성품이 꼬장꼬장하고 깐깐한 편이지만

마음이 유순하고 연륜이 있기에

어린(?) 우리들과도 잘 어울려 지내는데...

 

모임이 있던 날.

뜬금없이 나훈아의 "청춘을 돌려다오"를 아느냐고 물어본다.

몇몇이 앞소절을 조금 흥얼거리면서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어느 날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 노래를 듣게 되었는데

갑자기 페부를 찌르는 듯 이 노래 가사가 가슴 깊이 박히더라고...

말하는 얼굴에는 깊은 충격과 감동이 서린 표정이었다.

 

대중가요를 들으며,

더군다나 뽕짝?을 들으며 가슴 절절함을 느껴보기는 처음이라면서

너희들도 꼭 들어봐...이런다.

 

글쎄요...우리들은 아직 그 노래가 가슴에 사무칠 것 같지 않은데요..?

하고 깔깔 웃어넘겼지만

그이의 느낌이 어땠을지 알것도 같다.

 

우리 엄마는 노래를 잘하셨다.

미성에 깔끔한 고음처리와 정확한 박자와 음정.

엄마가 즐겨 부르시던 노래는 송대관의 "차표 한장"...

투병생활 하시는 중에도 온 가족이 모인 날이면 식사 후에 노래방에 가곤 했는데

그럴때마다 엄마가 선택한 곡이다.

 

차표 한 장 손에 들고 떠나야 하네..

예정된 시간표대로 떠나야 하네.

너는 상행선 ,나는 하행선

열차에 몸을 실었다...

 

엄마가 이 노래를 부르실때마다

나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지만 눈물을 안보이려고 엄마를 외면하곤 했는데

엄마는 아주 담담하게,웃음띤 얼굴로 그 노래를 부르셨다.

노래 부르시며 그 속마음이 어땠을꼬...

 

모임에서 그 형님의 노래 이야기를 듣다가

엄마가 즐겨 부르시던 이 노래가 문득 생각이 났는데,

누구에게나 절절한 추억이 서린 노래가 있을테고

조곤조곤 불러도 보고 듣기도 하면서 옛 생각에 잠기기도 하겠지만

나는"차표 한장"이라는 노래는

듣지도, 부르지도 않았다.

울까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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