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마음만 앞서서 고추 모종을 사다 심고서
뒤늦게 검색하며 알아보니 고추농사가 고난이도의 가장 어려운 농사라고 했다.
생전 농사의 '농'자도 모르고 살아온지라
잠시 황망하고 걱정스럽긴 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
잘 커가면 다행이고 잘못 키웠으면 경험부족 탓이려니..가볍게 마음 먹기로 했는데...
왠걸요~
아직까지는 별 탈없이 벌레 먹은 잎 하나없이
아주 깨끗하고 건강하게 크고 있습니다.
장마 중에는 혹여 말로만 듣던 탄저병의 실체를 만나게 될까 겁이 나기도 했지만
장마가 물러가고 난 후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이 때 푸른 고추에는 붉은 색이 감돌기 시작했습니다.
진한 녹색의 물결 속에서
붉은 고추가 하나 둘, 꽃처럼 피어 나는데
어느 꽃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으리...
며칠 전만해도 이렇듯 푸르기만 했던 고추였는데~
이렇게 이쁘게 꽃단장하기 시작했다우...
상추꽃도 드디어 맺혔다.
상추꽃을 가까이에서 자세히 본 적이 없었는데 과연 어떤 모습일런지
무척 궁금하네요.
수확한 토마토.
맑은 선홍빛이 어찌나 고운지...
이번에 토마토는 잘 자라지 못했네요.
키가 여전히 안커서...
그렇게 낮은 키에도 최선을 다해 아롱다롱 맺혀 붉게 물들어 가는 토마토는
꽃보다 더 아름답고
마음에 잔잔한 풍요로움을 전해 줍니다.
변함없이 한결같은 땅에게 감사하고
부족함없이 내려 쬐주는 햇님에게 감사하고
서늘한 바람과 공기에게도 감사드리게 되던,
한여름 날의 기쁨과 즐거움이 된 내 마음의 보석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