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정전 옆 문을 통과하면 기품이 서린 단아한 모습의 경회루를 만날 수 있다.
수양버들이 축~축 늘어진 경회루의 고즈넉함.
이 분위기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네..
살랑살랑 불어대는 가을 바람에 잘게 흔들리는 물결.
잔뜩 흐린 날임에도
경회루 연못에는 아름다운 반영이 뜨고...
사십여년 전에는 저 푸른 쇠막대가 둘러쳐져 있지 않았다.
저 큰 수양버들 아래 돗자리를 깔고 앉아서 친구들과 노닥거리며 그림도 그리고 했는데
그 때 조잘대던 소리가 귓가에 메아리되어 들리네...
뒷 후원으로 갈수록 왠지 횡~하다.
이곳은 얼마전에 복원이 끝난 곳이라는데...
오백년 세월을 간직한 고궁에 갓 마련된 듯한 이 어설픔이라니...
이제 막 치장을 마친 듯...톡 쏘는 분내가 고궁이라는 이름에는 걸맞지 않은 향기였지만
이제사 꽃단장을 끝낼 수 밖에 없던
아픈 역사가 있었기에...
이제,
별 꾸밈없어 더 단아하고 넉넉한 품같은 후원을 걸어본다...
늦은 가을날 가졌던 고궁 나들이는 추억을 일깨워 주네요.
아련한 여중 때의 시절로...
내 잔걸음과 내 웃음이 배어 있는 곳.
서울에서 이만큼 세월의 변화가 없는 곳이 어디 있으랴..
온통 개발에 밀려
거의 그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는 것을...
경복궁의 분위기를 즐기며 찬찬히 한바퀴 돌다보니
경복궁의 거국적인 가치와는 별개로
개인적으로도
추억이 있는 이 곳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