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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열병 그 후

by bigmama 2008. 12. 13.

 

 

 

 

열병을 앓았던 그 옛날을 떠올리며 적었던 글.

작년에 썼던 글을 다시 찾아 내어 올리며 읽어 보았다.

호기롭게 아름답게 살 것이라고 장담을 하였건만

쉰 고개를 넘고 지내 온 시간들을 뒤돌아보메 마음에 썩 차지 않는다.

 

그래도 다른 점이 있다면

자유로움이 늘었달까,자연스러움이 배었달까,

쉽게 말하면...

젊음이라는 터널은 이미 통과해 버렸다는 체념 뒤로 긴장의 끈을 놓아 버려

한층 널널해진 옷매무새며 남을 의식치 않게 된 여유로움이 생겼달까?

그렇게 여유롭게 변해가는 내 안팎을

큰 불만 없이 오히려 대견하다 생각하고 지내는 즈음이었는데...

 

어제 모임에서 보았던 한 여인.

정확히는 선배지만  왠지 여인이라고 칭하고 싶다.

그 여인은 올 해가 환갑인 나이.

그럼에도 길고 검은 속눈썹을 붙이고  아주 그윽한 눈매로 우릴 반겼다.

아주 여성스럽고 우아한 원피스를 입어낸 그 맵시에서

송년을 맞는 정성스런 마음이 느껴졌었다.

 

예상치못했던 속 눈썹 때문에

잠시 일행들의 우스개 소리들로 한바탕 웃음이 지나가고

그녀보다 한참이 어린 나도 감히 생각도 못했고 시도조차 못해봤기에

가늘고 긴 속 눈썹을 당당하게 붙이고 나온 그 모습이 신선한 충격이었지만

식사하는 도중에 마주쳐지는 내 눈에 그 여인의 깊고 그윽한 눈빛이 어찌도 그리 이쁘던지...

 

그나마 남아있는 젊음을 고마워하며,여성성을 다듬어 가며

곱게 가꾸고자 하는 그 마음에 한 순간 경이로움까지 느꼈었다.

 

인생은 육십부터라던가?

외면보다 내면이 더 충실해야 할 건 말할 나위없는 진리이고

절대적으로 우위의 가치이다.

 

그에 더하여, 고루한 사고에 젖어 있던 내가

환갑이 넘은 일반 여인네에게서는 찾을 수 없을 것이라 여겼던

그 매력의 진원을 발견하게 되니 내 마음도 콩콩 뛰더라.

외모에 대한 세삼스런  관심이 아니라 젊게 살려는 그 의지가 돋보였기에

그 감성과 용기가 내 마음까지도 충분히 설레게 만들었었다.

 

 

영원히 꽃이고 싶고 영원히 꽃이길 소망하는 한 여인을 보고 느낀...

예순 세대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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