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를 심고 내내 뜯어먹으며 흐뭇해하던 봄날들이었다.
장마가 시작되면 상추가 다 녹는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어도
설마 그렇게 흔적도 없이 없어지랴 했는데
정말이지 장마가 시작되니
언제 상추가 있었나 싶게 거짓말처럼 상추가 모조리 자취를 감추었다.
그후 긴 장마를 보내며
손바닥만한 땅에는 달개비나 가시덩굴등의 잡초가 무성하게 자랐는데
그 와중에도 어디서 날아 온 깻씨가 있었는지
깻잎 한포기가 자라서
바람이 불 때마다 향긋한 내음을 폴폴 날렸다.
이제 장마도 끝나고 폭염도 한풀 꺽이고...
이 땅을 볼 때마다 언제 무엇을 심어야 할까..했었는데
김장용 채소를 심는거라네.
오늘 외출중에
지나던 화원앞에 널려있는 배추모종을 발견하고 낼름 한판 사들고 들어왔다.
1판에 5천원.
잡초를 다 뽑아내고 퇴비를 섞어가며 밭을 일구었다.
이젠 제법 농사꾼...ㅎ
1판에 35포기가 들어있는데
모종의 간격을 넉넉히 띄우다 보니 땅이 모자라서 모종이 10여개가 남는거라..
이걸 죽일수도 없고...
할수없이 중간에 송송 박아 넣었다.
배추밭 옆 고추밭...
장난삼아 재미삼아 시작한 농사였다.
그저 귀퉁이 땅에 한알의 씨앗을 심고 물을 주며
야채가 커가는 모습을 사랑스럽게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진정으로 풍요로운 자연을 체험할 수 있어서
너무도 고맙고 흐뭇하고 즐거운데
먹거리까지 덤으로 얻으니
이 아니 좋을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