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다가오고 있는 중인가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다.
올해는 늘 때맞춰서 비가 내려 준 까닭에
따로 물을 주는 번거로움이 없어서 너무 편하네.
작년에는 너무 가물어서
축축 늘어진 고추며 상추에 물 주느라 얼마나 힘들었던지...
가을비를 맞은 배추가 촉촉히 젖어 있으니 더 싱그럽다.
벌레의 습격으로 아예 초토화된 배추도 있고...
엇!!
드디어 범인이 어떤 녀석인지 그 실체를 보게 되었다.
막연하게 민달팽이 짓이런가 했었는데
(산에 다니면서 민달팽이를 자주 봤었기에 그리 생각했더랬다)
배추벌레...?
소름끼치는 와중에도 사진을 찍으며 자세히 드려다 보니
통통하게 물이 오른 것이 아마도 어린 넘인 듯...
자연의 섭리대로 그대로 두어야 할까 어떻게 할까 잠시 망서리다가
마침 근처에서 주변 청소를 하고 계신 아저씨가 계시길래
실례를 무릅쓰고 부탁하였다.
아저씨 저기 벌레 좀 잡아주세요...
이거 한마리 잡아서 되겠느냐고,
배추는 어릴 때 소독을 한번 해줘야 하는 거라고
친구가 조언해 주었던 말을 똑같이 해준다.
아저씨는 아무렇지도 않게 목장갑 낀 손으로 벌레를 콱 잡아서~
그 이하는 표현 생략...
고추를 따지 않고 놔두었더니
그 작은 세상에도 가을이 잦아들었다.
꽃보다 아름다운 너.
아무래도 한번은 소독을 해야 할 것 같으네요.
글찮아도 절임배추 주문받는다는 문자를 받고
그새 김장철이 다가오는구나 싶어
텃밭 배추를 드려다 보긴 했는데,
그렇다고 이 배추로 김장할 생각은 안했지만
화단에 벌레가 융성하도록 놔두기도 좀 그렇네요.
별걸 다 해보는 어리버리 농사꾼의 농사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