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랜만에 정독도서관에 가보았다.
학우(?)와 조계사에서 점심을 먹고 종로 골목을 거닐다가 정독도서관에 가게 되었는데
이게 몇 년만인가...
여고 때 시험기간 중에는
행여 자리가 없을까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길게 늘어선 행렬에 가끔 동참하기도 했는데...
그렇다고 열심히 공부한건 아니었지만...
조계사에서...
학우가 조계사 신도여서 <승소>에서
미역옹심이 들깨탕으로 점심을 먹었는데 어찌나 맛있던지...참 별미였다.
식당 내부도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깨끗하고 아늑하게 꾸며져 있다.
음력 초하루라고 신도들도 많고...
사진찍는 것이 겸연쩍어서 옹심이 들깨탕 사진은 차마 못찍었음.
북촌길을 슬슬 걸어서 정독도서관으로...
이 언덕배기 위에 있던 수위실에서부터 아래로 길게 줄을 섰었는데...
교복을 입은 남녀 학생들이 줄 서있던 광경이 눈에 선하네..
올해는 봄꽃놀이 갈 계획을 세우기도 전에 꽃들이 부랴부랴 피어버린 까닭에
정독도서관으로 벚꽃 나들이를 오게 된 것인데
하얗게 만개한 벚꽃을 보니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마음껏 향취에 젖을 수 있어
어찌나 감사하던지...
더불어 내 청소년 시절을 되집어 보는 시간이 되어서 더욱 좋았다.
공부는 뒷전인 채 친구들과
벤취에 앉아서 조잘거리던 생각이 나네...
이 연못은 내 기억에 없는데...
한낮의 따사로운 봄빛이 일렁이는 연못에 물레방아가 슬렁슬렁 돌아가는 모습도 정겹더라..
내가 시험공부 한답시고 들르던 때 만해도
도서관으로 개관된지 얼마안 된 때여서 운동장은 별 특별한 조경물없이 횡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얼추 강산이 네 번여 바뀌려는 지금 와보니 정원이 잘 가꾸어져 있어서
도심 속의 잠시 짬을 낸 시민들의 휴식처로는 넘치게 충분하였다.
더군다나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바람에 날리며 그새 벚꽃비가 되어 살랑살랑 내리기까지 하니...
그간 흘려보낸 시간이
그 때 운동장에 군데군데 심겨있던
여리디 여리던 나무들이 이토록 크게 자란 세월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