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가루처럼 흩날리던 휴일 오후.
북악산책로를 걷기로 했다.
촉촉히 젖은 대지는 연두빛이 감도는데
산기슭으로 접어들자 노란 산수유와 개나리,분홍빛 진달래가 우리를 반긴다.
와우~
이곳도 이렇게 이쁜 봄이 한창이었네..
봄비에 젖은 진달래가 어찌나 사랑스럽고 이쁘던지요..
기나긴 겨울 한철을 변함없이,
홀로 묵묵히 지켜낸 소나무도 한결 부드러워진 모습이다..
북한산 정상은 비가 제법 내리는지
물안개가 피어 오르고..
백사실 약수터도 기어이...
혼탁한 세상에서 그나마 맑고 청정한 약수를 만날 수 있는 귀한 곳이었는데
작년부터 내걸린 음용 부적합이라는 붉은 딱지가 떨어질 줄 모른다.
귀한 대접을 받던 물이었는데 이제 그 의미조차 잃어버린 듯...
군데군데 등산로는 개나리가 만발하여 꽃 속에 파묻힐 지경..
북악 산책로도 역시나 개나리 세상..
보드랍게 흩날리던 봄비는 점점 그 무게를 더했지만
우산을 받혀 들기에는 참 애매했던 비였다.
팔각정에 도착해보니
궂은 날임에도 봄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제법 많다.
늘 그랬듯이 카푸치노 한잔 마시려고 커피하우스에 들렀는데 일찌감치 문을 닫았네.
커피 한잔도 못마시고 되돌아 올려니 어찌나 아쉽던지...
그새 북한산을 에워싸버린 안개..
포크송을 연주하는 기타리스트의 소박한 공연도 있고...
부암동길도 개나리 천국..
고즈넉한 침묵 속에 잠겨있던 산은 생명의 에너지가 가득했다.
한달여 만에 완전 달라진 화사한 모습들.
양지바른 산기슭과 달리 북악 스카이웨이 산책로에는
이제야 진달래의 꽃망울이 부풀기 시작했으니
만개할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 듯...
진달래는 별로 못만났지만
2시간여 동안 만개한 개나리가 곱게 핀 길을
원없이 걸었던 산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