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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어느 가로수

by bigmama 2015. 4. 29.

 

 

 

 

 

 

 

 

 

비록 도심이긴 해도

가로수의 연두빛 잎이 싱그럽기 그지없어 

한층 상쾌한 기분으로 도로를 달리며 외출하던 길이었다.

회현동까지는 적어도 그랬는데...

 

퇴계로 지하도로를 막 지나면서부터 느껴지는 이 썰렁함..

그렇잖아도 재정비되지 못하여 어수선하고 복잡한 퇴계로였는데

여느 도로처럼 풍성한 새잎을 드리운 가로수의 화사함은 없고

얼핏 느껴지기에는 빌딩만 보이는,

빛바랜 잿빛 투성이여서 을씨년스러워 보이기만 했다.

뭘까..이 느낌은...

 

마침 신호에 걸려서 멈추고 있는 중에

두리번 두리번 주변을 살펴보다가

그만 ㅉㅉㅉ 혀를 차고 말았다.

 

소나무가 있었네..

가로수가 된 소나무...

키큰 소나무들이 퇴계로 양쪽에 줄나래비 서있는데

그 푸른 빛이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공해에 특히나 약한 소나무를 도로에 세워놓은 발상..

공원도 아니고... 

나름 고품있는 도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겠으나

어쩐지 제 자리에 있지 못하여 불행한 삶을 보는 것만 같았다.

 

이전 가로수가 아마도 플라타너스였던가..

가을이면 보도에 깔린 플라타나스 잎을 밟을 때

서걱대는 소리가 참 좋았는데...

 

소나무의 변치않는 푸르름과 고상함을 가져다 놓고 싶었던가..

전지도 뭣도 필요없을 키큰 소나무를 멀뚱하게 세워 놓았지만

사철 푸르다는 소나무도 퇴계로의 그 황량함을 채워주진 못했다. 

 

차로 휙~지나간 때문이었겠지...

10년 후의 저 소나무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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