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받아 둔 상추 씨앗을 뿌리고 난 뒤로도
파종이 잘될까 염려스러워서 상추모종 몇 포기를 더 심었었는데
왠걸...오히려 모종을 심었던 상추가 제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 같다.
파종을 간절하게 기다렸던 상추씨가 다행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싹도 잘 틔우고 튼실히 자라는 걸 보니
아마도 이곳이 고향이었음을 느낀게야..
가물어서 그런지
작년처럼 미리 시식하고 다니는 넘도 안보이니
연하디 연한 연두빛 상추잎이 아무런 흠도 없이 곱디 곱다.
벌써 두어번 뜯어서 맛있게 먹었는데
오늘 물주며 보니
또 잎치기를 해야 할만큼 많이 자랐다..
흐뭇~ 흐뭇~
구석에 심겨진 고추 두어 포기가 심한 갈증에
몸이 배배 꼬인 채 축 늘어져 있다.
아차 싶어 얼른 물을 주긴 했는데 살아 날려나 모르겠네..
가물은 탓인지 아직까지는 고추꽃이 많이 맺히지 않았는데
그 와중에 기특하게도 고추 두 알이 열려 있다...심봤네~
민들레 한포기에게 내어 주었던, 정말 손바닥만한 땅에
민들레는 친구까지 불러 들여 이쁜 꽃을 피우게 했다.
밋밋한 고추밭 한켠에 화사한 들꽃이 피어 있으니
왠지 더 정감있고 풍요로워 보인다..
갓 뜯은 상추는 한끼거리로 충분한 양이다.
떡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저녁 메뉴는 상추쌈에 불고기로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