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모임이 있던 날.
무용수업이 다 끝나기도 전에 미리 나와서
서촌에 있는 약속장소로 부랴부랴 갔는데도 약속시간을 넘겼다.
처음 가는 곳이라서 스마트폰 맵의 도움을 받으며 찾아 간 선인재는
단아한 모습의 한옥이었다.
지나가며 메뉴도 슬쩍 훓어보고..
무리지어 모여있는 신발군들을 탐색하다가
친구들 신발임직한 방 앞으로 갔는데..
역시나 맞네 맞어..
친구들은 이제 막 식사를 시작하던 중이었다.
제일 먼저 내 눈에 띈 건
수저와 젓가락이 얌전하게 놓여 있던 식탁 위의 그림이었다
영원히 지지않을 동백과 영원히 날지 못할 새 한마리가 담겨있는 화조도.
발효효소를 사용한 음식은 담백하고 깔끔했지만
식사가 끝난 뒤엔 단품을 먹어야 했다고 뒤늦은 후회를 했다는..
식후 가지 발효차가 나왔는데 맛은 매실차와 흡사했다.
그림자도 쉬어가는 따사로운 창이 있는 방.
창호지에 스며든 빛 사이로 추억이 송송 박혀있다.
광화문과 경복궁역 부근은
퓨전한복을 입은 선남선녀들의 발길로 화사하다.
이왕이면 춘향이나 아씨가 입었던
단아한 전통한복의 모습이었으면 더 좋으련만..
우리에게 마춤한 카페를 찾다가
청와대로를 건너서 경복궁으로 간다..
담장 위로 보이는 북악산과 청와대 지붕 위로
구름 한점없는 파란 하늘이 눈부시던 날이었지..
우리는 고궁뜨락으로..
몇해 전에 한두번 들렀던 기억을 더듬으며 친구들을 이곳으로 안내하면서도
행여 바뀌었으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는데
건재한 모습을 보니 일단 마음이 놓였다.
군더더기없는 심플한 실내장식과 넓직한 공간이 쾌적하게 느껴진다.
한쪽에는 편안한 소파 좌석도 있어서
친구들과 편안히 담소를 나누거나 푹 쉬어가기에도 그만인 곳.
커피맛은 그냥저냥..
밖으로 나오니 더욱 길어진 그림자가 헤어질 시간임을 알려준다.
시내에서 만나느라 대중교통을 이용한 덕분에
고궁 한켠이나마 맘편히 둘러보게 되어 너무 좋았다며 즐거워하는 친구들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함박꽃처럼 피었다.
내 얼굴에도 함박꽃이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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