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내린 눈이 소복히 쌓인 휴일 아침.
오랜만에 눈길을 걸으며 산행을 하려고 북한산성쪽으로 달려 갔는데...
아무리 날씨가 푸근했다지만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눈이 안보인다.
온갖 짐작을 다해봐도 무엇으로도 설명이 안되던 낯선 풍경들..
산성입구 역시 깨끗~
알고보니 이곳엔 눈과 비가 함께 왔다네..
그럼에도 대설특보때문에 입산금지 상태였다가
12시 정오를 기해 이제야 입산금지도 해제되었다는 것이다.
입산하지 못하고 돌아간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나마 다행이시라는 말씀에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동네에서 놀고 말 걸..
산에 올라가면 눈이 남아 있을거라는 말을 듣고 계곡쪽으로 들어서긴 했는데
막상 걷자해도 미끄럽고 질펀한 길이 여간 신경이 쓰이니..
에이..편한 길로 오르자..고.
차량이 다니는 길을 걸어서 대서문을 오르고
단풍잎이 고이 수놓인 비단같이 매끄러운 산책로를 걸으며
중성문쯤 오르니 그나마 설경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시든 단풍잎이 어찌 이리도 고운 색깔이던지..
많은 사람들이 쉬고 있어서 쉼터는 통과..
드디어 한적한 계곡을 끼고 오른다.
술렁거리던 바위를 잠재운 하얀눈이 있어 적막감마저 흐르던 계곡..
추위에 떠는 나목에게도 따스한 손길이 소복소복..
중턱을 넘어서니 갑자기 검은 구름이 몰려들면서 눈보라가 치기 시작했다.
갑자기 마음이 바빠지고...
시간도 여유롭고, 되돌아 가는 길도 훤히 알건만 순간 밀려드는 공포심이라니..
그만 내려가자며 되돌아섰는데 산에서 두려움을 느껴보긴 또 처음이었다.
성난 눈보라가 사정없이 헤집고 지나다니길 한 10여분쯤이나 됐을까..
그러더니 믿을 수 없을만큼 급 환해지던 산이었다.
언제 눈보라가 쳤냐는 듯
평온하고 다감한 모습에 어안이 벙벙하긴 했지만.
하산하는 길에는
오를 때 미처 보지 못했던 단풍이 끊임없이 눈에 어렸다.
아직도 고운빛 잃지 않은 단풍을 보면서
또 다시 가을을 그리워했다.
지난 가을이 무색하게 아름다운 색으로 다가오는 너를 보며
계절을 잊은 채 또 순간 순간 미혹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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