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은 길도 편안하고 계곡이 아름다운 산성계곡만 가느라
구기계곡은 거의 외면하고 지냈는데
모처럼 폭우가 내리고 난 후 오랜만에 구기계곡을 찾았다.
계곡에 들어서며
물이 풍성하게 흐르는 아름다운 풍경을 상상했지만
기대와 달리 계곡 입구부터 안타까운 폭우의 상흔이 적나라하게 펼쳐지고..
생각만큼 물도 많지 않았다.
한때는 늘상 이곳만 들락거렸는데 참 오랜만에 와본다.
언제 데크길도 깔리고..
그래도 계곡에서 부는 바람이 시원했다.
이곳에서 놀던 버들치,송사리는 폭우에 모두 안녕하신지..
도통 눈에 뵈지 않더라는.
폭우 덕분에 나름 폭포도 생기고
어디서 모여 들었는지 돌덩이가 계곡을 가득 채웠다.
돌계단 등산로.
북한산은 전체가 화강암 덩어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암석지대는 땅에서 올라오는 기운이 엄청 강하다고 한다.
바위길 언덕을 넘으며.
바위는 자연의 좋은 기운을 담고 있어서
등산할 때는 꼭 돌이나 바위를 밟고 다니고, 쉴 때도 바위 위에서 쉬라는 말을 들었는데
북한산은 굳이 돌을 찾지 않아도 되니 이 아니 좋은가.
그리고 당도한 쉼터..
짙푸른 녹음은 푸른물이 곧 배어나올 것만 같았다.
등산로는 빗물이 휩쓸고 간 까칠함에다
폭우에 찢기고 꺽인 나뭇가지가 여기저기 어지럽게 널려 있어서
많이 을씨년스러웠다.
더 이상 오를 기분이 안나서 그냥 하산..
이번 폭우는 북한산에도 진한 자국을 남겼다.
이 상흔은 언제 치유될 수 있을까..
찟겨진 북한산의 모습을 보는 건 아픔이었다.
아픔도 생의 아름다움이라 믿으며
그냥 지켜보는 것이 최선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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