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눈이 내렸던 날.
겨울이 가기 전에 영 눈을 못보고 봄을 맞이하는 줄 알았는데
아침에 창밖을 내다 보니 하얀 눈이 소복히 쌓여 있더라.
와우..,역시나 하늘님이 절대 무심치는 않으셨다.
오후에 산성탐방센터로 고~
오전에 나섰으면 설화까지 볼 수 있었을텐데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듯이,
나뭇가지 위에 쌓여 있었을 눈들은 버얼써 사그라져 버렸다.
그래도 길 위엔 아직도 뽀송뽀송한 눈이 밟히니 이게 어디냐고~!
산은 특히나 올라갈 때 보는 모습과 뒤돌아 봤을 때 풍경이 많이 다르다.
그저 눈 앞에 보이는 산길만 따라 걸었을 뿐인데
뒤돌아 봤을 때 펼쳐진 풍경은 늘 감동이었다.
눈으로나마 돌맹이 한개 살포시 얹어놓고..
계곡따라 오르는 길.
눈덮인 계곡 사이로 봄흐르는 소리가 졸졸졸~~~
겨우내 타들어가던 목마름이 조금은 가셔졌을라나..
까칠해 보였던 낙엽도 하얀 눈 속에선 온기가 느껴진다네.
산 위로 올라갈 수록 물 흐르는 소리도 잦아들고..
하얀 눈이 온통 세상을 잠재운 것 같았다.
갑자기 적막한 산속의 고요를 흔들어 대던 굉음..
그 주인공은 바로 전동빗자루였더라니.
스님 손에 들려진 전동빗자루는 눈보라를 일으키며 열심히 눈을 날렸다.
중성문 오르는 길.
그새 하산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산 위로 올라 갈 수록 단풍의 축제가 펼쳐졌다
아직도 지난 가을빛을 잃지 않은 단풍..
이미 매말라버린 단풍도 하얀 눈 위에선 곱게 빛났다.
흐르던 계곡물도 동장군의 도움으로 멋지게 변신~!
잠시 소강상태이던 눈이 다시 흩날리기 시작하고..
하산하던 길에 쉼터에서 잠시 휴식.
어디서 아이젠이 풀려버렸는지 신발에 걸었던 아이젠 한짝이 없어졌다.
정신머리하고는..끌끌..
바람도 침묵 속에 잠겨있던 날.
눈가루만 폴폴 날리던..
눈길 사이로 세상과 통하는 길이 뚫려 있다.
관리사무소 직원 아저씨의 땀이 일궈낸 사잇길로 총총..
그동안 눈 타령만 했는데
겨울을 보내기 전에 눈을 밟아 보았으니 이젠 됐다, 싶었고
마치 꿈을 이룬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보내는 겨울이 아쉽지 않다 했다.
근데,
우수인 내일도 큰 눈이 내린단다.
동장군의 막바지 선물이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