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내음이 감칠맛 나던 둘레길을 걸었다.
나팔꽃의 뾰로통한 입술이 귀엽기만 하고~
시원함을 넘어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던 숲길.
확실히 계절이 바뀐 것 같다.'
이 꽃 이름이 뭐더라..
잊어 먹었네..
이 구간 이름이 내시묘역길이라 글찮아도 기분이 서늘해지는 곳인데
이날따라 햇살 한줌도 내비치지 않으니 더 스산하게 느껴졌다.
북한산에도 멧돼지가 많다고 하는데..
남편은 산행하다가 여러번 멧돼지를 보았다고 했지만 난 한번도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이런 푯말이 그리 실감나진 않았었다.
이 길을 걷다 보면
임금이 경천군에게 하사한 토지임을 알리는 <경천군 송금물침비>가 있다.
경천군에 내려 준 이땅에 함부로 들어 가거나 소나무를 베지 말라..!!는 지엄한 어명.
근데 정작 주변에 소나무는 별로 없다.
그 많았을 소나무들은 어디로 갔을까...
계속 내시묘역 둘레길을 걸으려다가
의상봉으로 가는 길을 조금 올라가 보기로 했는데..
에이~ 가사당 암문쪽으로 그냥 빠지자고~!
숲내음에 취해 걷는 것도 잠시.
무언가 길이 심상치가 않았다.
아직은 뽀송뽀송한 누군가의 흔적을 보니 갑자기 등골이 오싹..!!
철조망따라 걸은 듯 군데군데 흔적이 보이는데
잡풀이 우거지고 인적도 없는 길이 자꾸 두렵게 느껴졌다.
더 이상 오르기를 중단하고 계곡으로 내려가 잠시 휴식.
맑은 물 한번 쳐다보고~
파란 하늘도 쳐다보고~
되돌아 가는 길에는 짐승의 흔적이 더 눈에 뜨였다.
철조망 따라 행군하던 멧돼지들이 이 철조망 밑으로 넘어간걸까..?
이건 뭘까..
멧돼지가 만든 놀이터..?
철조망을 넘으려고 대기하고 있던 장소였나..?
온갖 상상을 해가며 탐정놀이 하던 나.
옴마야 깜짝이야~~~
난 또...
등 뒤에서 멧돼지가 쫒아 올 것 같은 느낌에
두발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어서 어서 가자고..
햇빛이 양명하고,
유홍초가 한들거리는 곳에 다다라서야 비로서 맘이 푹..놓였다.
인적이 느껴지는 길이 어찌나 반갑던지..
둘레길 산책 끄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