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자주 동네를 산책한다.
평소 가볼 일 없던 골목길을 걸으며 담장 넘어 핀 꽃도 구경하고
집도 구경하며 다녔는데
그눔에 견공들이 인기척만 있어도 짖어대는 통에 동네에 민페될까 싶어 마음이 그리 편치 않았다.
오늘은 어디를 걸어볼까..궁리하다가
이번에는 도로를 따라 걸어보자고.
차량통행도 인적도 확연하게 줄어든 거리에는 봄기운이 넘실거렸다.
북한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흐르는 개천 둑에는
연노란빛 새싹이 움튼 실버들이 봄바람에 살랑살랑~
노란 산수유도 활짝~
담장 밖으로 얼굴을 내민 매화꽃은 저 보란듯 흐드러지게 피었다.
약국 앞에는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이 봄볕 아래서 길게 줄을 섰다.
홍제천 따라서 세검정 가는 길.
봄을 캐는 어무이도 계시고,
언제 터질라나..톡,톡,
발그레한 빛깔을 잔뜩 머금은 벚나무 꽃봉오리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징검다리가 놓여진 홍제천 축대에도 노란 개나리가 피었다.
쉬어가고 싶었던 세검정의 봄.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나온 사람은 둘만의 언어로 정담을 나누는 듯.
정다웁게 눈맞춤하고 있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보여
멀찍이서 그들을 지켜보며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순간 정자 뒤로 사라져 버렸다.
뒤꼍에 무언가가 있나 싶어
너럭바위를 지나 그들을 뒤따라 갔다가 깜놀..!!
세상에나..이곳에 보행로가 뚫려 있었네.
그동안 이 길을 몰라서 늘 정자 앞에서 되돌아 왔는데..
홍제천에서 바라 본 세검정.
가보지 않은 길.
시멘트로 마감되어 삭막하기만한 굴다리 길을 끝간데까지 바라보다가
호기심과 궁금증이 일어 내처 걸었다.
시멘트와 돌로 쌓은 축대 사이로 얄팍한 개천물이 흐르고
시멘트로 포장된 투박한 보행로가 놓여진,
결코 아름답다고 할 수 없는 도심의 개천길.
저멀리 홍지문이 보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