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충이가 활개 치던 모습을 본 이후,
북한산 근처는 아예 얼씬도 하지 않다가
그 후 일주일 후쯤 산에 다녀왔던 남편에게서
송충이가 별로 안보이더라는 말을 듣고도 믿지 못하고 있다가
일주일이 더 지난 뒤에야 산성계곡을 찾았다.
설마.. 그새..?
계곡으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산성계곡 무장애 탐방로>라는 멋들어진 이름이 새겨진
명찰이 세워져 있다.
녹음은 더욱 짙어지고..
송충이가 고속도로로 사용했던 나무 난간도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조록싸리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네..
계곡에는 버들치 반, 물 반.
서암사를 지나고
군데군데 송충이가 남긴 흔적은 많이 남아 있었다.
갈참나무잎이 제일 맛있었는지 피해도 제일 많은 것 같았다.
혹여 올 가을엔 다람쥐가 식량난을 겪게 되는 건 아닌지..
홀씨가 쌓인 모습이 마치 하얀 눈이 내린 듯..
벌레 먹은 잎사귀를 자세히 살펴보니 송충이들이 숨어 있었다.
이제 극성수기를 지나고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었나 보다.
뒤늦게 막차탄 녀석은 부지런히 발을 놀렸다.
혹시, 너..였니??
모습은 이쁘게 생겼구먼..
오늘 산행은 여기까지.
이곳에 오를 때까지 녀석들의 수난당한 모습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들에게도 이런 수난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불행이었으리라.
5월부터 시작되어 6월 초순까지 이어진
녀석들의 최대의 전성기는 이렇게 막을 내리기 시작했고,
북한산은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난 뒤 찾아온
나른한 평화가 깃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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