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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산행 이야기

시몬과 함께 서오릉 산책

by bigmama 2020. 11. 15.

낙엽 밟으며 걷고 싶어서 찾아간 서오릉.

은발의 할머니 한분이 우리 앞에서 걸으셨는데

하얀 머리칼이 햇빛을 받을 때마다

퇴색된 가을색 속에서 투명하게 빛났다. 

 

 

 

그림자가 점점 드러눕는 시각.

 

 

 

 

 

키재기 하는 그림자들을 즈려 밟으며 걷던 길.

 

 

 

가는 가을이 서러운 듯

석양빛을 받은 단풍은 더욱 붉은 빛을 뿜어내고..

 

 

 

나는 초연한 마음으로

화려한 가을빛의 마지막 향연을 느긋하게 즐긴다.

 

 

 

당신은 오늘 하루도 찬란하군요..

 

 

 

얼마 안가 낙엽이 수북히 쌓인 산길로 접어들었다.

하얗게 드러난 말끔한 길.

부지런한 관리인 아저씨가 이미 한 바퀴 돌며 수고하신 듯..

 

 

 

지팡이를 짚은 어린 김삿갓이 낙엽 쌓인 길을 걷는다.

 

 

 

시몬! 나뭇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며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응..!!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마음 수선스러웠던 봄, 여름, 가을을 보내고

겨울로 들어서는 길.

푸른 소나무가 두 팔 벌려 반가이 맞아준다.

 

 

 

침묵에 잠긴 고요함이 좋았고..

 

 

 

바람만 오고 가는 고즈넉한 쓸쓸함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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