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아침.
화창했던 어제와 다르게 날이 흐리고
바람이 제법 불어 쌀쌀하게 느껴졌다.
이래서 제주도 날씨는 변화무쌍하다고 했나 보다.
어제 용머리 해안에 다녀온 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큰 행운이었던 건지,
생각할수록 기분이 좋았다.
돌담으로 둘러 쌓인 밭에
소담스레 핀 노란 꽃이 너무 이뻤다.
심긴 작물을 보니 아마 브로커리 꽃인 것 같았다.
한경면에 있는 수월봉.
이 정자는 수월봉 전망대인 수월정이다.
수월봉은 약 18,000 전 뜨거운 마그마가 물을 만나
폭발적으로 분출하면서 만든 화산체의 일부라고 하는데
정상임에도 평평한 대지가 펼쳐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수월봉 정상에서 바라본 전망.
바로 앞에 차귀도가 보인다.
정상에는 고산 기후 변화 감시소도 있었다.
바람은 세차게 불어 대고~
수월봉 아래쪽에 지질트레일과 엉알해안 산책로가 있다는데
우리는 곶자왈 도립공원을 가기로 했기에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렸다.
제주 곶자왈 도립공원은
현무암이 널려있는 지대에 덩굴식물과 나무가 숲을 이루어
자연 그대로의 원시적인
제주 숲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해설 탐방 프로그램이 있어서
숲해설가의 설명을 들을 수도 있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서 그냥 걷기로 했다.
입장료 천 원.
곶자왈 도립공원은
육지의 산과는 완전 느낌이 달랐다.
크고 작은 현무암 사이로 양치식물이 자라고
덩굴식물이 늘어진 모습은
거대한 석부작처럼 보였고,
제주 숲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함으로 다가왔다.
탐방로 중간중간 흥미로운 문제도 배치되어 있었는데
대부분 나무 이름을 묻고
나무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곶자왈 도립공원에는
테우리길, 빌레길, 오찬이길, 한수기길, 가시낭길의
5개의 탐방로가 있다.
원시적인 모습의 곶자왈과 달리
전망대는 초현대식 모습이어서 어리둥절..!
전망대 3층에서 바라본 뷰는
그래도 많이 낯익은 모습이었다.
빌레길은 흙으로 덮여 있어 푹신했다.
빌레는 넓은 뜰이나 대지를 뜻하는 제주 방언인데
지질학적으로 용암이 만든 넓은 대지를 말한다고.
한수기길에 들어서니 길이 다소 거칠어지고
탐방로에 작은 돌이 많이 박혀 있어서
행여나 발부리에 걸릴세라 조심해야 했다.
걷는 동안 숨골이 군데군데 보였다.
숨골은 지하로 뚫린 작은 구멍이었는데
지하가 숨을 쉬기 위한 통로라고 하네.
답은 녹나무!
문제가 적힌 나무판을 젖히면 답이 있답니다.
이곳은 양치식물의 천국이라네.
가는 쇠고사리, 더부살이 고사리 사이로
우리가 먹는 식용 고사리가 갈색으로 말라비틀어진 채
길게 늘어져 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일정을 생각해 4~5km 정도만 걷기로 하고
테우리길,빌레길,한수기길 3개 코스만 둘러봤는데
대략 1시간 반쯤 걸은 것 같다.
테우리길은 데크와 야자수매트가 깔려 있어서
5개의 탐방로 중 제일 편안했다.
중문 수두리 보말칼국수 집 앞 도로는 벚꽃이 절정이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꽃비가 후드득 내렸다.
보말죽과 보말칼국수로 점심을 먹었다.
이 집 역시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대충 1시간을 기다려야 했는데
그래도 맛있어서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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