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난 7월 30일 우이령 산책길.
긴 시간을 기다리며 인고의 세월을 보낸 매미가
족쇄를 벗어던지고 훨훨 날아가
어디선가 자지러지게 생의 환희를 노래한다.
우이령은 폭우에 망가진 산책로를 정비하는 중..
짙은 녹음 사이로 한 떨기 나리가 수줍게 인사를 한다.
둘레길로 들어서니 깊게 파인 폭우의 흔적..
날은 너무너무 무덥고,
공기는 너무너무 텁텁하고..
우이령 산책 최초로 소귀고개를 못 넘고
2km쯤 갔다가 유턴하였다.
그나마 날 위로해 준 너..!
이왕에 왔으니 이곳에서 쉬다 가자고~!
오랜만에 세족실에 발을 담그고
간식을 먹으며 룰루랄라 찐 피서.
송추 가마골에서 갈비탕으로 저녁식사.
일주일 후, 8월 6일 다시 찾아 간 우이령.
산책로는 말끔하게 정비되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공사하던 인부 아저씨들도 보이지 않았다.
오늘도 여전히 32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
둘레길에 깊게 파였던 상흔도 엉성하나마 아물어 있었다.
바람 한 줌이 그리울 때
남편이 꺼내 든 작은 손선풍기의 얄궂은 바람이
어찌나 고맙던지~~
손선풍기 바람 덕분에 소귀고개를 넘었다.
이젠 목적지가 된 우리의 쉼터에서 휴식 타임.
간식을 먹다가 고양이 발견~!
언제 왔는지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육포를 의자에 놓으니
스스럼없이 다가와 집어 먹는다.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걸 보면 분명 사람 손을 탄 고양이 같은데
어쩌다 산속으로 들어왔는지..
얼굴을 자세히 보니 작년에 만났던 그 친구는 아니었다.
고양이는 우리가 자리를 뜰 때까지
그 자리에 다소곳이 앉아 우리 곁을 지켰다.
안녕.. 또 만나자..
유격장 근처에서 또 다른 고양이들을 만났다.
흙바닥에 배를 깔고 있는 걸 보면
고양이들도 많이 더웠는 듯..
그나저나 왜 갑자기 고양이가 많아졌을까.. 곰곰..
무더위를 해집고 힘들게 갔다 온만큼
더 큰 개운함을 느낄 수 있었던 산책.
오늘은 장작구이 통닭으로 저녁 식사.
진짜 힐링은 맛있는 거 먹는 거..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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