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로 습한 기운이 그득한 북한산의 한 계곡 주변은
한층 부드러워진 흙 사이를 비집으며 여리디 여린 머리를 내민 버섯들의 천국이다.
새 생명의 탄생은 모두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
등산로를 타박타박 걷는 동안에도
먹구름을 몰고 오는 바람은 내내 머리 위에서 으르렁거렸다.
탁! 트인 곳에서 마주한 하늘,
바람에 밀려 시시각각으로 그 모습이 바뀌며 다가오는 구름은 장관이더라..
길을 잃어버렸던지,계절에 무심했던지
여린 코스모스는 장맛비에 녹초가 되었어도 서늘한 바람을 곁에 품은 듯...
문득 다가올 가을을 느껴보기도 했다.
큰 장맛비가 또 한 차례 지나간 북한산은
말끔한 모습이다.
나무도,바위도 신선한 물을 머금어 반짝반짝 빛이 났다.
습기가 밴 진한 나무향이 바람결에 감미롭다.
산이 우리에게 주는 고마움 또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