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밤의 종로.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관철동의 이 골목 저 골목을 순례하며
젊은 그들의 모습에 투영된 우리의 지난 청춘을 생각했다.
처녀총각 시절 우리 부부의 추억이 있던 곳...
관철동 길을 걸으며 아들에게 들려준 부모의 청춘 시절 이야기들...
장소만 확인이 가능할 뿐 많이 변해있습디다.
시간이 꽤 늦었지만 야심한 시내 구경이 즐거워 귀가를 미루며 추억이 서린 길을 둘러보다가
인사동 어느 골목에서 눈에 띈 '양재기 홍합탕'이란 커다란 풍선간판을 보고
호기심으로 들어간 주점.
대표 메뉴인 홍합탕을 주문해 놓고 세삼 주변을 둘러보니
아들 또래의 젊은이들뿐.
뭐 어떠랴~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부모와 함께 간 우리 아들이 속으론 좀 뻘쭘했겠네...
김이 모락모락나는 홍합탕을
한 역사가 담김직한 커다란 찌그러진 양은 양재기에 내오는데
그 규모에 입이 딱! 벌어졌다.
이미 저녁 식사도 푸짐하게 끝냈고 호프집에도 들러 생맥주도 두어잔씩 한 마당에
이 많은걸 또 어떻게 먹누~
아빠의 학창 시절.
궁한 용돈에 홍합탕이 자주 애용하던 안주거리였다며
아들에게 도란도란 추억을 되새김질하더라.
홍합이 제 철이라
시원한 국물맛이 일품이었고 맛이 좋았지만
다 먹지 못하고 결국 남겨야 했다.
말리는 식구들을 제치고
"이거 싸주세요~~"
다음 날 아침
tv에 홍합 이야기가 나와서 관심있게 보았는데
요즘이 제 철인 홍합은 칼슘과 철분이 풍부하여 골다공증이나 빈혈에 최고라네~
그 소리를 듣고나서
싸가지고 온 홍합을 열심히 다 까먹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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