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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母女)의 수다..

by bigmama 2011. 6. 27.

 

                  (2011년 3월 16일 헤이리에서...)

 

지난 토요일..

수출 물건 때문에 잠시 출근해서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퇴근하던길..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통..엄마를 못뵈었던 탓에 간만에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지금 뭐해?"

"응..아무것도 않하는데... 왜?"

"어.. 그래? ..그럼 나랑 점심이나 같이 먹을까?"

" 안... 바뻐..?"

 

허구헌날 바쁘다는 핑계로 아들넘은 엄마집에 맡겨놓고  나몰라라 하면서 뜬금없이 엄마에게 전화해서

밥 한끼 같이 하자는데도 엄만 ... 나의 일상부터 먼저 물어 보신다.

"응.. 괜찮아~...  엄마 , 지금 준비 하고 있어.. 지금 바로 모시러 갈테니깐.."

 

 

전화를 끊고 보니 "이게 얼마 만이였더라.. "

그러니깐 올..봄초..

엄마 보시고 헤이리 가서 이것 저것 구경하고  지금 다시 엄마랑 오랫만에 시간을 가져 보는것이니깐..

꽤 되었지?

서둘러 엄마네 집에 가서 엄마랑 작은넘을 차에 태우고 그간 우리 작은넘 뒷바라지에 힘써온 여동생도

불러 낸다.

 

그리해서 그집 가족 3 (제부는 숙직) 우리집 가족 2 (남편은 약속있다고 늦는다함) 그리고... 엄마.

이렇게 여섯명이서 오랫만에 갈비집에 둘어 앉아 늦은 점심을 했다.

그리고 나서.. 아이들은 엄마네집에서 잠시 있으라고 하고 오랫만에 엄마 와. 나. 그리고 동생이

수다를 떨러 한적한 까페로 향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엄만 그냥 내가 몰고 가는 차 뒷자석에 몸을 맡기고 하염없이 비 내리는 차창밖만 바라보신다.

"엄마~.. 우리 모녀 정말 오랫만에 외출 하는거지?"

동생이 엄마를 보며 한마디 건넨다..

"그래.. 네 언니가 워낙 바빠야 말아지...."

괜히 그 한마디에 죄지은 사람마냥 가슴이 "뜨금" 거린다.

" 언니..이제 방학했으니 우리 종종 이런 시간 갖자구요.."

 

아들내외가 어디 가시자고 하면 한사코 손을 내젓는 엄마는 내가 어디 가자고 하시면 흔쾌히 따라나선다.

"그러나 저러나 지금 어딜 가는거니?"

"으응...까페.."

"..까페?"

"거기가 뭐하는 덴데... 점심도 배부르게 먹었는데.. 어딜 또가..."

" 그냥... 가만히 계셔요.. 언니가 좋은데로 모시고 간다잖아요.."

 

"까페" 가 무엇하는곳인지 모르는 우리 엄마..

하긴 연세사 85세이신분이 까페가 뭐하는지곳인지  어찌 알랴... 한번도 못가본곳이니 알턱이 없지..

 

꼬불꼬불 시골길처럼 생긴 산속을 더듬어 올라가 드디어 한적한 까페 도착..

문을 열고 들어서니 웨이터의 눈의 의외라는듯이 엄마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그런 웨이터의 모습에 슬며시 웃음이 나왔지만 짐칫 아무렇지도 않은채 자릴 안내 받고

드디어 엄마와 딸 둘은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우린 커피..

엄만 토마토 쥬스..

이곳 저곳을 살펴 보시던 엄마는 집이 예쁘다고 감탄을 하신다..

(사실 그곳 까페가 황토로 지어진 조그만하고 소담스런 집이다)

 

그렇게 모녀 셋은 근간의 집안 이야기, 개인이야기, 시댁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연신 엄마가 한쪽을 뚫어져라 쳐다보신다.

"왜? 엄마?"

"아니... 저쪽에 있는 애 엄마는 젊은 아줌마 같은데 왜 그렇게 담배를 피워댄대니?"

"사람 부끄러운줄 모르고..."

엄마가 가르키는 곳을 보니 삼십 중반쯤 되어보이는 한 아줌마가 연신 같이온 엄마들과 함께

담배를 피우고 있다..

 

"엄마~... 요즘은 다 그래... 그냥 쳐다보지마.."

"아이구.. 그래도 그렇치.. 어떻게 젊은 아줌마가 ..."

 

누가..고지식한 아버지 아내 아니랄까봐..엄마  그 광경이 희안한지 자꾸 눈길을 그쪽으로 주신다.

그런 엄마를 시선을 돌리기 위해 냉큼 동생이 한마디 한다.

 

"엄마.. 딸들 잘 뒀지?... 엄마 나이에 이런델 와보시고.."

"누가 엄마 나이에 이런델 와 보시겠수?"

" 그래... 하긴 그렇다.. 내가 아까 들어서니깐 저 젊은 웨이타 총각이 두둔이 뚱그래 지더라~"

"하하하.. 맞아 ..맞아.. 나도 봤어...:

 

엄마의 한마디에 우린 까르르 숨 넘어 가듯 웃어 제낀다.

 

엄마..

온 종일 집에서 화초만 키우시고 손주 오면 손주 밥챙겨 주랴..간식 챙겨주랴..딸들 밑반찬 해주시랴..

평생을 그렇게 살아 오신 분인데.. 몇년전 네째 오빠 돌아가신뒤로는 밖같 출입을 잘 않하시려 한다.

네째 오빠가 자주 모시고 다니셨는데 그 오빠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난뒤부터는 한동안 우울증처럼

집에만 계시려고 해서 옆에서 다른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나마 내가 모시고 나가면 어디든

따라 나선다.

 

내가 모시고 갈수 있는곳이 기껏해야 식사대접정도였으나 이젠..그나마 시간도 없고 해서 한동안

힘들었는데.. 방학을 했으니 이젠 좀 여유롭게 모시고 다녀야 겠다.

남편처럼 시골에서 농사만 짓던 어머님 ..신문화좀 구경 시켜 드린다고 극장 모시고 갔더니

피곤하신지 영화 상영 내내 코 골고 주무셔서 못내 안쓰러웠다는 말처럼..

나도... 토마토 주스 한잔에 9,000원이란 말을 듣고 "뭐가 그렇게 비싸냐" 하시면서 괜스레 쓸데 없는데

돈쓰다고 뭐라 하시는 엄마가 안쓰럽다.

 

그래도.. 난 엄마가 뭐라고 해도 엄말 모시고 이곳 저곳 구경 시켜 드리면서 여러  문화를 누릴수 있는 곳으로 모시고 다니고 싶다.

젊어서 자식들 키우시니라 고생하셔서 못누려본 문화혜택.. 내가 모시고 다니면서틈틈히 구경시켜 드리고 싶고

내가 모시고 다니면서 맛있것 같이 먹고 수다도 맘껏 떨고 싶다.

지금의 작은 결심이 잠깐의 행복일지라도... 지금은 마음껏 누려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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