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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정월 대보름

by bigmama 2012. 2. 5.

내일이 정월 대보름.

오곡밥과

아홉가지는 아니더라도 몇가지 나물이나마 만들고 부럼도 간단하게 준비를 했다.

 

아들들은 오곡밥을 좋아하지 않아서

다른 밥을 이중으로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긴 하지만...

밥에서 다른 맛이 나는게 싫답니다.난 그 맛 때문에 더 좋은데...참내 별꼴이야...

 

그 시절에는 세시풍속을 더 잘 지키는 시절이기도 했지만

나 어릴 때 울 엄마도

보름 전날 저녁이면 오곡밥에 아홉가지 나물과 부럼을 꼭 준비하셨다.

 

오늘은 고추가루 넣은 음식은 먹는게 아니란다...

잠을 자도 안된단다..만약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되거든...

이 부럼을 깨트려 먹으면 부스럼도 안생기고 예쁜 피부가 된단다...

 

한겨울 밤.

우리 네 형제는 부모님곁에 도란도란 둘러 앉아서

이런저런 보름날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아빠가 깨주시는 호두를 먹고 땅콩을 까먹으며 즐거워했는데

부모님은 귀밝기 술을 한잔씩 나누시곤 하셨다.

 

그 소리를 듣고는 졸린 눈을 억지로 비벼가며 버티다가 잠이 들었을테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차!!싶어서 얼른 거울을 보던 그런 생각이 나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는

나도 우리 엄마처럼 아들 둘을 앉혀 놓고

고춧가루 든 음식을 먹으면 안된대,잠자면 눈썹이 하얗게 된대..이야기하며

부럼을 깨뜨려 먹이고

졸린 눈 비비면서도 억지로 버티다가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며

행복해 하던 시절이 있었건만.

 

이제는,

식탁에 펼쳐진 오곡밥과 나물을 보면 쩝쩝!!입맛만 다실 뿐이고

부럼은 한두알 까먹는 시늉만 할뿐 주방에서 일년을 뒹굴어 다니니~~

눈썹이 하얗게 된다는 이야기가 씨도 안먹힌지는 진즉 오래되었네...

 

에혀~~내년부턴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지 다짐해봐도

내 추억을 회상하며 그 입맛을 그리워하며

매년 후회할 짓을 또 하게 되지만,

먼 훗날에는

우리 아들 역시 추억을 생각하며 오곡밥을 맛있게(는 아닐테지만) 먹을거라 생각한다.

세시풍속이 이렇게라도 면면히 이어져 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았겠는가...

 

 

 

 

 

 

식구들이 건나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내가 좋아하는 나물들로만 몇가지 만들었네요.

다들 드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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