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했던 매실이 도착했다.
10kg짜리 두 박스.
씨알은 조금 작은 듯 했으나 똘똘하고 싱싱했는데
받은 즉시 씻고 다듬고 해야 했지만
요즘 신경쓰이는 일로 마음이 둥~떠있다 보니 일도 손에 안 잡히고...
그냥,박스를 열어 둔 채로 하루 밤을 넘기고 말았다.
다음 날.
더이상 미뤄선 안될 일이기에 매실과 마주 앉았다.
매실을 베이킹소다를 약간 푼 물에 담가 깨끗이 씻은 후
제차 헹구고 건져내어 꼭지를 따기 시작했는데
두 박스의 매실 꼭지를 따려니 처음엔 암담하더니만
하루 건조된 탓인지 손톱으로 조금만 건드려도 톡톡 떨어져 나가서
그 재미에 그나마 덜 힘들고 지루하지 않았다.
꼭지를 떼어내어 더욱 말쑥해진 매실을
한번 더 헹구어준 뒤 건져내어 물기가 없게 말린 후,
매실과 황설탕을 켜켜이 쌓고 랩을 씌운 뒤 고무줄로 밀봉한
이쁘장하게 생긴 항아리 세개를 나란히 앉혀놓고 보니
어찌나 흐뭇하고 나 자신이 대견스러운지...ㅋ
슬로우푸드가 한동안 멸시받던 시절도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슬로우 푸드에 별 관심을 갖지 않기도 했지만(만들기 번거로워서)
이제는
세월을 머금으며 숙성된 맛을 느끼고 싶고,
그 맛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을 보면
쌓여가는 나이와 무관하진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맛있게 익은 매실 엑기스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