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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by bigmama 2012. 9. 12.

 

 

 

 

 

인간이 자신의 미래를 알게 된다는 건 다행일까 불행일까.

더군다나 힘겨운 투병 중이라면...

 

인척 중에 암 투병하는 분이 계시다.

그동안 방사선 치료를 끝냈고 치료가 무난하게 잘 되고 있다는 의사의 소견으로

잠시 마음에 여유를 가졌었는데

그로부터 두어 달 후,뜻하지 않게 급작스런 온 몸의 전이 상태로 급 반전이 일어 나다니...

 

이젠 치료가 아니고

생명 연장의 의미일 뿐 이라는 말을 전하는 의사 선생님은

환자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는 게 좋지 않겠냐고,

환자가 자신의 상황을 알아야 할 것 같다는 조언을 하는데...

 

하지만 우리들은 아무런 말도 전하지 않았다.

아니,감추었다.

환자가 원체 긍정적인 성격인 분인데다

치료하면 나을 거라는 천진난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본인 스스로 약도 꼬박꼬박 챙기고

식사도 양질의 음식을 섭취하고 싶어 하고

조금만 이상한 증상이 생겨도 물어보고 확인하고 치료를 원하고...

 

물론 

급작스레 변해 버린 자신의 몸상태를 보며

자신의 불안한 미래가 왜 두렵지 않을 것인가...

그래도 가족들에게 좌절하거나 절망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다시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가 시작되고...

진통제 투여가 잦아지기 시작하고...

 

숭덩숭덩 빠져버린 머리를 감춘 모자 밑으로 삐죽이 나온 머리카락 몇 올.

암 세포가 얼굴 신경을 건드렸는지 얼굴 반쪽에는 마비 상태가 오고

조금 이그러지기 까지 했다.

 

겨우 한 달도 안되서 다시 대면한 얼굴인데 이렇게 변해버릴 수 있는가...

형제 중에서도 유난히 이쁜 외모를 가진 분이었는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변해버린 얼굴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까나..

 

삶에의 간절한 본능의 동작은

보는 이로 하여금 숙연함을 넘어 경건함까지 느끼게 한다.

젊은 시절엔 그런 본능에의 악착같은 집착을 천착하다 생각했던 적도 있었드랬는데....

 

인간의 오롯이 발가벗은 본능을 대면하며

비로서 본능의 처절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던...

나도 나이가 꽤 들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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