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겨울로 들어선 12월 첫 날,
토요일 오후.
강화도 장화리 바닷가에서 일몰촬영 출사가 있었다.
처음으로 드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붉은 해가 잔잔히 저물어가는 광경을
삼각대까지 사용하여 제대로 촬영해 볼 수있는 기회이기에 출사에 참석했다.
방향이 같은 회원들은 카풀을 해서 왔지만
나는 아직 누가 어디에 기거하는지 잘 모르기에
나홀로 단독행.
강화도 가는 길이 길도 좁고 아주 복잡했었던 기억이 있어서
시간을 넉넉히 잡고 출발했는데
새도로가 말끔하게 정비되어서 아주 빠르고 손쉽게 도착할 수 있었다.
물론 네비양의 도움을 받았지만서도...
강화도 장화리에 도착해 보니,
오리무중 안개를 헤매듯 어지러운 마음과 꼭 닮은 하늘과 바다.
수평선이 안개속에서 신기루마냥 아득하게 보인다.
일몰 촬영이 제대로 되려나...
제발 일몰때만이라도...해가 나와주기를...
햇살을 기다리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농로를 100여미터 걸어 들어가는데
농로 양쪽에는 추수를 끝낸 논들이 홀가분한 모습으로 휴식 중이다.
저멀리 수평선이 보이는데 날이 너무 흐려서...
갯벌에 흰 눈이 소복히 쌓여 있다.
올 들어 처음 보는 눈...
이곳은 사진찍는 사람들에겐 일몰로 유명한 출사지인 듯 했다.
다른 동호회 사람들도 많이 와서 자리를 잡고 삼각대를 설치하느라 북적거렸는데
이런 광경을 처음 구경하는 나로서는 무슨 잔치집 구경하는 마냥 신기했었다는..
드디어.
해가 두터운 구름속에서도 그 여명을 비추며 존재를 나타내고,
우리들은 초조하게 그 모습이 드러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반짝! 구름을 가르며 잠시라도 해가 나오기를 고대했건만...
바닷물이 점점 밀려들어오면서
갯벌 위에서 순백으로 빛나던 햐얀 눈은 그 빛을 잃어버리고 서서히 검은 바다로 침잠해가고...
다들 마지막 한 컷이라도 더 건져보려고 애쓰시지만
해는 무심하게도 그 얼굴을 끝내 보여주지 않고 사라졌다.
오늘 출사는 실.패.란다.
가로등에 불이 켜지면서 출사도 끝나고...
바다의 밤은 해가 지자마자 바로 시작되어 금새 어둑어둑해졌다.
저녁은 따끈따끈하고 알싸하며, 시원하고 깔끔한 맛의 연포탕으로...
제일 추운 날이라고 해서
다운조끼에 오리털 점퍼,모자,머플러,패딩바지에 부츠로 완전 무장을 하고 나갔는데
그래서 그랬는지 별 추위는 느끼지 못했다.
예상 외로 살갗이 에인다는 겨울날의 바닷바람도 거의 없어서
비교적 포근한 느낌으로
그저 해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두어시간 이상을 바닷가에서 서성거렸는데
고대하던 해는 끝내 그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화보에 자주 등장하는 커다랗고 둥그런,
그 투명하면서도 붉게 이글거리는 해(오메가라고 하더군요)를 찍을 수 있으려나 기대하는 이들 속에서
나도 덩달아 기대감을 높였는데
첫 일몰출사에 너무 과욕이었던게지...
아무렴 어떠랴...
흐린 안개 속을 헤집으며
아득한 수평선을 더듬어 보는 것도 나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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