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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60대 부부가 사는 법

by bigmama 2012. 12. 14.

 

 

 

 

지인들과의 모임이 있었다.

그 모임에 관한 이야기를 이곳에도 올린 적이 있는데,

이웃사촌으로 만나 어언 25년이 훌쩍 넘은 인연들이다.

그렇기에 연배도 다 달라서 윗사람들에게서는 인생 경험담이나 생활상을 들으며

삶의 지혜를 얻기도 하는데...

 

 

이 날은

한 언니(60대)가 새벽까지 부부싸움을 하고 나왔다면서 말문을 시작하여

자연스레 부부싸움에 관한 이야기들이 주제가 되었다.

 

근데 60대 부부는 의외로 자주 싸운다네...?

아이들도 다 출가시키고 두 내외만 단촐하게 사니 서로 측은지심에 더 챙겨줄 망정

싸울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오히려 더 다툼이 많단다.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남편이 말을 안들은댄다.

무슨 말이기에 안들을 이유가 있을까 싶었는데 담배를 3개월간 끊었는데 다시 피웠다나 뭐라나...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과거사를 줄줄이 읊게 되고

자신의 말을 가벼이 넘긴 남편에 대한 서운함과 불만에 더하여

자기연민까지 솟구치다 보니 서러움이 북받쳐서

나중엔 엉엉 울기까지 했다고.

 

싸운 이유가 처음엔 하도 어이가 없어 그 나이에도 사랑싸움하냐며 다들 웃었는데

 

내용을 들어보니

담배가 싸움의 시초가 되긴 했지만

말하고 싶은 그 무언가를 표출하기 위한 구실일 뿐이었고

문제의 본질은 다른 곳에 있었음을.

 

크게 새로운 이슈거리가 생긴 것도 아니고 여지껏 살아 온 생활 행태었음에도

세삼 이 연배에서 갈등으로 부각되는 건

그동안 일방적으로 참고 살아 온 아내가 더 이상 참지 않는다는 반증이었다.

아니,참지 않겠다는 의지겠다.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고 그 영향력을 확인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겠지.

그건 아내나 남편이나 마찬가지일 터.

 

부부로 산다는 건 각자에게 나름의 희생이 요구되고 강요되는 것이며

그 희생이 있었기에 그나마 별 특별한(?) 일없이 지금까지 지내온 것인데,

60대가 되면 서로의 보상심리가 강해져서

이제는 부부 누구나  더 이상 자신의 삶을 희생하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있다보니

남편은 남편대로 예전과 달라진 아내에게 불만이 생기고

아내는 아내대로 예전과 똑같은 남편에게 불만이 생기고...

 

객관적으로 볼 때면 부부 쌍방의 요구가 다 이해되고 수긍이 가지만,

그렇기에 부부 모두 조금씩만 서로 양보를 한다면 해결의 실마리가 될 듯도 한데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허긴...나부터도 이젠 남편과 맞장(?)을 뜨려고 하니...ㅋ~

 

우리 남편의 모습 또한 남의 남편과 다를 바 없이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지라

여지껏 살아온 행태를 보면 내 말을 안(?) 들을 건 뻔할 터이고

그냥 조용히 살려면 무조건 예전처럼 살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고 보니

곧 맞닥뜨릴 미래의 모습에 마음 한구석이 착잡해졌는데...

 

이야기 끝에 우리들이 내린 결론이 있답니다.

1.남편의 행동을 일일이 지적하거나 간섭하지 말자.(결코 안바뀔테니까...)

2.알아서 해주겠거니 기대하지 말고 직접적인 말로 부탁하자.

3.남편을 아끼지(?) 말고 적극적으로 집안일에 끌어들이자.(부려먹자..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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