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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겨울비가 온종일 내리던 날에.

by bigmama 2012. 12. 15.

 

 

 

 

 

어제까지 이곳저곳에 소복소복 쌓여있던 하얀 눈이

차가운 태양빛을 받아 때론 눈부시게 주위를 밝혀주기도 했건만

종일토록 내린 겨울비로 말미암아 흔적도 없이 녹아내려 사라지며

온통 을씨년스런 잿빛 세상이 되었다.

 

이번 주 들어서는 연거푸 모임에 나가느라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갔는데

간만에 집에 차분히 들어앉아 있는 날,

공교롭게도 추적추적 종일 비가 내리니

마음도 차분해지고 오히려 개운해지는 느낌이 드네.

 

문득 책상 옆에 다소곳하니 서있는 기타에게 눈길이 머물고...

커버를 제치고 기타를 꺼내 들었다.

 

흠...어디까지 쳤더라...

부랴부랴 교본을 뽑아들어 대충 책장을 넘기다가

미.파.솔.라.시.도.레.미.파.솔.라.....음계부터 확인을 해봤는데

음하나 찾는데도 몇번을 튕기게 되니...

 

아무것도 몰라서 배우는 초심의 단계일 때는

음하나 찾아 내는 것도 아주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는데

기억을 쫒아가려니 더듬거리며 헤매이게 되고..아득한 심정...

순간 막막했다.

 

맨 첫장의 나비부터...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 오너라...

계명만 치는데도 몇번을 헤매고...

 

모든 일들이 그렇지만

더군다나 서툰 실력인 주제로는

기타 역시 정신과 마음이 일체가 되지 못하면 음하나 잡기도 힘이 들기에

마음을 다독이며 정신을 집중시켰지만,

 

음계 몇번 반복하면서 

의욕만 가득한 머리와 바로 뒤따라오지 못하는 손놀림의 어긋남으로 조급해진 마음은

이미 균열로 가득찼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기타와 마주하자 생각했지만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것,

말이 쉽지 그게 생각보다 참 어려운 건

이미 나의 뇌는 아름다운 화음을 넣던 지난 과거를 기억하고 있는 걸...

 

근 두시간여를 기타와 씨름을 하다가

그만 도로 커버 속으로 집어넣고 말았다.

 

화음의 기억이 희미해지면

초심으로 되돌아 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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