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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이야기

가을맞이

by bigmama 2013. 8. 27.

 

 

 

 

 

 

입추도 지나고 처서도 지나고...

기새등등하던 폭서도 자연의 순리 앞에서는 어쩌지 못하는 모양이다.

요즘 하늘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지중해를 닮은 맑고 파란 하늘에는 흰 뭉게구름이 흘러다니고...

점점 높아 보이는 하늘을 보니 영영 올 것같지 않던 가을이 오는 것 같긴 하네.

 

한낮의 태양은 여전히 뜨겁게 이글거리지만

그늘에 서면 시원한 바람이 무척 감미롭다.

그토록 줄기차게 울어대어 선잠을 자게하던 매미소리가 뜸해지는 대신에

밤새 조근조근 울어대는 귀뚜라미 소리는 오히려 자장가가 되었는데,

 

예년보다 무더위가 더욱 기승을 부렸던 이 여름을 보내며

온 에너지가 소진되었는지

머리는 텅~빈 것 같고 가슴은 휑...

 

마음을 다스리며

삶의 무거움을 덜어내어 말큼하게 비워진 것이 아니라서

채움없이 빠져나간 채 까칠해진 사이로 허허로움이 그득하다.

 

올해 여름나기는

누구라도 그랬겠지만 정말 힘겨웠다.

 

폭염 그 와중에도 알알이 영글은 대추와 텃밭 고추에 감도는 붉은 빛,

그리고 높고 푸른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

그 사이를 오가는 바람,

이 모두에게서 가을 내음이 느껴지니

이제사 비로서 늘어지던 숨이 잦아들고 고른 숨을 내쉴 수 있을것만 같다.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릴케의 "가을날"의 한구절이 생각나는...가을의 문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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