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이야기

세월 앞에서..

by bigmama 2013. 10. 16.

창가에 서서 바람에 흩날리는 단풍나무 잎을 보다가

다섯 손가락을 쫙 펴든 채 바람에 흔들리는 단풍잎이 너무 이뻐서

카메라를 들고 다가섰는데

호기심이 발동하여 흑백모드로 찍어봤더니 나름 감성있는 사진으로 찍혔네...

 

 

 

 

아들을 태우고 가는 길에

짧고 한들거리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가는 여성의 뒷모습을 보게 되었다.

가을비가 내린 뒤,급작스럽게 기온이 내려가서 꽤 쌀쌀한 날씨였기에

참 춥겠다...그러면서 자연스레 얼굴까지 확인하게 되었는데

엇!아마도 사십대 후반이거나 오십대일 얼굴...

얼굴을 확인하던 아들 왈...나이가 들면 격이 있게 입어야지...그런다..

괜시리 가슴이 뜨끔,,

 

 

 

며칠 전에 우리 라인의

윗층에 사시는 할머니와 마주쳤다.

대략 칠십대 중후반?

 

구부정해진 허리와 안정적이지 못한 걸음걸이로 외출을 하려고 하시는데

나 역시도 마침 외출을 하던 차여서

어디가시느냐고...나가는 길이니 아래까지 모셔다 드리겠다고...

그래서 근거리지만 내 차에 동승하여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동안 같은 단지에서 산지가 어언 이십여년이 다 되어가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자주 마주치면서 그간의 할머니의 인생 중후반을 보게 되었는데

인텔리 여성으로 미모도 출중하시고,

카랑카랑하고 깔끔한 목소리에도 교양이 넘치시고,

우아하고 단정한 옷매무새에는 한치의 허술함도 보이지 않던,

또 손수 자가 운전을 하시던 아주 근사한 여성이었는데

 

세월은 어찌 그리도 무심한지...

우아한 말씨와 몸에 배인 교양미는 여전하였으나

그 아리따운 모습은 허물어지고 병마가 깃든 초췌한 모습이

그저 보는이도 서글프게 만들더라.

 

가을이 되니 더 그런건가

요즘들어서 모임에 나가보면 병에 관한 대화들이 부쩍 많아졌다.

의외로 아픈 곳이 많았는데

그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뒤끝에는 소리없는 한숨이 후...후...

 

한동안 처방약과 치료법이 홍수를 이루고...

귀를 쫑긋 세운 채 진지하게 경청하는 우리들이다.

그래도 오십대는 아직 꽃띠란다..하던 60대 지인의 이야기가

어찌 그리도 위로가 되던지...

이제는 할머니들을 보면 자신의 미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보기가 싫다고 하던 그 지인의 말이 백번 이해가 되고 마음에 와닿는다.

 

일간지에 '내 나이가 어때서' 라는 노래가 히트 중이라는 기사가 실렸더라.

친구에게서 처음으로 그 노래를 들었고 첫소절을 배운 노래여서

흥미롭게 기사를 읽었는데

중년여성들의 오가는 대화를 듣고 아이디어 구상을 했다고 하네.

 

주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뭐든,하기도 전에 나이 앞에서 위축되고 의기소침해지고...

그러다 보니 그저 말로써 대리만족에 그치고 마는데

머잖아 세월 앞에 무너질지라도

내 나이가 어때서...

이 한 마디를 되새기는 것 만으로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을 것 같지 않은가...?

 

나이에 걸맞지 않은 모습과 행동도 보기 안좋지만

너무 나이를 의식하는 행동도 결코 아름다워 보이지 않으니.

 

 

 

 

 

141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 내린 날에....  (0) 2013.12.14
벌써 12월..  (0) 2013.12.02
귀한 선물  (0) 2013.10.10
명절 준비  (0) 2013.09.16
비 개인 후의 산책길..  (0) 2013.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