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이야기

그대는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by bigmama 2009. 3. 31.

 

 

 

 

 

 

며칠 전에 오랜만에 연락을 해와 통화하게 된 지인과
이런 저런 가벼운 얘기들을 주고 받다가...
애인을 만드는게 꿈(?)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밝은 목소리를 들었다.


물론 농담삼아 한 얘기였겠지만 그 희망(?)은 진실일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를 들으며 ㅎㅎ~ 하고 같이 웃어 주었다.

이 나이까지 살도록 그런 생각을 전혀 안해 봤다면 거짓말이고...
나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긴 했으니.

 

애인을 만들고 싶다거나 애인이 생기길 바랬다기 보다는
애인이 혹은 이성친구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같은 생각으로 공상을 해본 적이 있었지.

 

일에 바쁜 남편과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아들 둘 사이에서,
현실에 파묻혀 열심히 살았다지만 매일 매일을 똑같이...
내 마음의 고뇌나 외로움을 맘껏 열어보일 수 없었기에
순간 순간 외로움이 밀려들던 시절에 그랬었다.

 

물론 주변에 친구도 있고 형제도 있고,지인도 있지만
그들과의 관계에서는 느끼지 못할 설레임 같은것을
이성 친구에게선 느낄 수 있을테니
그 풋풋한 설레임을 느끼고 싶었다는게 더 솔직한 고백이겠다.

 

젊은 시절에 가졌던 감정을 느끼고 싶은 욕구였을까?...
아니면 권태로운 삶에 대한 새로움의 욕구였을까?...

그저 공상에 머문 생각들.

 

여자는 외로움이 느껴질 때 그런 공상도,상상도 하게 된다는 것을 나는 안다.

다들 비슷할테니까.
하지만 그런 생각은 어찌보면 찰라의 순간일 뿐.
옆지기에게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되면,

내 존재감에 만족이 느껴지면,
홀로 앓던 잔감정의 떨림이나 공상들은 물거품처럼 사라진다는 것.

 

그래도 인간이간대 왜 외롭지 않을까나.
남편과도, 자식과도 별개로 느껴지는 그 외로움이란 감정이
인간이라면 당연히 느끼는 본성이기에
누구나 다들 외로울 때가 있을터.

 

행복하다 느끼면서도 문득 문득 외로움이 느껴지는 것은

바쁜 남편이나 자식들과의 대화가 부족할 때가 대부분이지만
지금과는 무언가 다를지도 모를 생활에 대한 향수나 그리움,
혹은 더 감정적이고 싶은 마음이 느껴질 때인지도 모르겠다.

  

만약에

한사람 생각에 마음이 정갈해지고
푸근해지는 그런 사람.
위안이 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생긴다면.....난 어떨지...ㅎㅎ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런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의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일러줄
그런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함석헌 님-

 

 


불의를 배척하고 굳건한 자세로 삶을 살아내신
함석헌 님의<그대는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시가 의미하는 것과는
격도 현저히 낮을 뿐더러 많이 어긋나는 내용의 글을 써놓긴 했지만
이 시는 읽을수록 마음을 여미게 만드는 시라서 밑에 옮겨 놓았다.

 

그대는 그런 사람이 있는가? ...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욕 잘하기  (0) 2009.05.16
아내는 무엇으로 사는가  (0) 2009.04.14
동안 신드롬  (0) 2009.03.25
핑크빛 유혹  (0) 2009.03.23
향수  (0) 2009.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