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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욕 잘하기

by bigmama 2009. 5. 16.

 

 

 

 

어릴 때 우리 집과 이웃해 살던 집.
딸만 넷을 주루룩 낳아 항상 아들을 원했던 그 아주머니.
그 아주머니와 우리 엄마는 아주 절친하게 지내셨는데
성격은 두 분이 판이하게 다르셨었지.

 

우리 엄마는 지금 생각해보니 나와 거의 비슷한 성격이었던 것 같다.
유모어는 많이 부족하고 별 재미도 없고 조용하고 차분했던..
반면에 그 아주머니는 아주 유머스럽고 우스개 얘기도 잘하시고 쾌활하시고,
물론 정도 많으시고
경상도 출신이라서 "이 문둥 가시나"를 거의 입에 달고 사시던 분.
나는 그 아주머니를 아주 재미있는 분으로 기억한다.

 

그 집 딸들과 나는 친하게 지냈는데
큰 딸이 나보다 한 살 위였고 둘째 딸은 나보다 한 살이 어린..
아~근데 난 그 큰딸에게 꼬박꼬박 언니라고 칭했는데
요 둘째는 나에게 꼭꼭 **야! 이렇게 맞먹자고 했었다.

 

그래서 내린 나의 결정은
그래~ 난 큰 딸과도, 둘째 딸과도 맞먹는거야..ㅎ~
아닌게 아니라 나는 그 집 큰 딸과 친구로 더 친하게 지냈었다.

 

큰 딸은 아주 이쁘고 여성스럽고 조용한 성격이었는데
둘째, 셋째 딸은 거의 왈가닥 수준.

그러니 그 아줌마 입에서는 문둥가시나,이년 저년 하는
욕이 항상 달릴밖에.


어쩌다 그 집에 놀러 가보면 그 집 딸들이 혼나고 있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우리 집에선 좀처럼 듣기 힘든 욕들을 들으며
저 애들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언제 그런 욕을 들었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던 표정들이었으니~

 

당연히 그 애들은 당차고 입도 거침없어서
어쩌다 그 집 딸중 누군가가 밖에서 시비가 생긴다 치면
득달같이 몰려 나가서 한 말빨,몸빨하는 응원군이 되곤 하였는데
어린 마음에도 그들의 무지막지한(?) 그런 결속력이

무섭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었다.


생각해보면
우리 엄마는 자식들에게 욕을 거의 안하셨었다.
그래서일까...
어쩌다 엄마가 "이 기집애"라는 소리만 해도 닭똥같은 눈물만 뚝뚝 흘렸던 나.
난 왜 그렇게 그런 가벼운 욕설도 못 받아냈는지.

 

아마도 경험 부족 탓이었을게다.
욕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자주 듣고 접해보지 않았기에
욕의 무게가 가늠키 어려울 정도로 크게 느껴지던 어린 마음.

 

그래서 난 가끔 그 집딸들의
거침없이 내뱉는 말투가 생경하면서도 그 입담이 부러운 적도 있었다.
그 딸들 역시 지금 중년의 어머니가 되어 다들 잘 살고 있다.

 

언젠가 한국영화 대사 중에 지나치게 많은 욕설에 대해서
아들과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아들 왈,자신이 차마 못하는 욕을 거침없이 내뱉는 걸 보면
가끔은 대리만족이 느껴진다고 하더라.


하지만 처음 몇 번의 영화에서 느꼈던 기분이고
이제는 그런 거친 대사가 많은 영화는 외면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인다.

 

습관이 그런가 보다.
한번이 어렵지 두번 세번 반복하다 보면
이내 아무런 저항감이나 거부감없이 뱉어낼 수있는 것이 욕이지 싶다.


사실...그런 것이 어디 꼭 욕에만 국한되더냐?
돌아보면 그런 경우는 비일비재한 것을.

 

내가 욕을 하는 때가 있다.
방향등도 안켠체로 운전 중에 갑자기 껴드는 운전자들에게.
처음엔 너무 놀라서 "이런 미친!!"...했는데
조금 더 발전되다보니 이젠 "이런 미친 넘!"(더할 때는 새끼?) 그런다.호호홋~

 

예전에,아들들을 등교시키려고 나선 길에서 갑자기 껴드는 운전자에게
나도 모르게 내뱉은 "이런!미친 새끼네~"...
갑자기 우리 아들들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라.
순간 어찌 그리 얼굴이 달아오르던지...

  

나이를 먹어가니 터프해져서 그런지
덩달아 욕도 잘하게 되더라는 친구 말이 생각난다.

어쨋거나,

이렇게 반칙을 자꾸 당하다 보면,
나도 머잖아 더욱 화려하고(?) 다양하게 욕질을 구사할 수도 있을것인데...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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