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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아내는 무엇으로 사는가

by bigmama 2009. 4. 14.

 

 

 

 

 

 

 

아내는 무엇으로 사는가...

주변의 어느 여인.
환갑을 지내고도 두 해를 더 넘긴,
항상 씩씩한 듯한 표정에
즐거운 듯 자주 흥얼거리는 가곡하며...
하지만 외손주를 이뻐할 때는 영락없는 다정다감한 할머니 모습의 그녀.

 

그녀가 우리들 앞에서 눈시울을 적셨다.
심장병이 있고 고혈압도 있어 건강문제엔 전전긍긍하고 자신없어 하던 그녀가
건강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던 중에
자신의 서러움이 북받친 듯했다.

 

대강 정리하자면
젊은 날부터 직장을 다니면서도 맏며느리로써 그 책임을 다하기위해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나름 헌신적으로 했다고 생각하는데
아마도 와중에 고부갈등은 심했던 모양이다.

 

고부갈등이란게 그렇지 않은가?
그 틈바구니에서 맘고생 했을 남편이기도 하겠지만
중요한 키를 쥐고있는 사람 또한 남편인데
정서적으로 아내의 편에 서준적이 별로 없었던 남편이었나 보다.

 

시어머님이 돌아가신 지가 언 삼십여년 전이라는데도
아직도 대화 중에 우연찮게 시어머님 이야기라도 나오게 되면
거부 반응을 심하게 보이고 흥분하는 남편이란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살아왔음에도
아직도 그런 면에선 전혀 달라지지 않은 남편이 남보다 더 멀게 느껴지고
그런 행동이 얼마나 가슴을 막히게 하는지 모른다며..

 

자신의 건강이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고 심장이 약해질데로 약해져서
걷는 것조차도 조심 조심해야 하고 등등이
다 그에 연유한 때문일 것이라며 그렇게 한동안 울먹거렸다.

 

흔히 말하는 화병이었다.

 

그녀는 말하더라.
자신 스스로 혼자서 인내하고 참고 넘기라고 말하는 건
천부당 만부당한 조언이며 그러고 싶어도 생각 뿐,그럴수도 없다고.
어느 누구라도 그 상처를 어루만져 주어야만 비로소 나을 수 있는 거라고.

 

옆에 있는 남편이 그 역활을 해주면 좋겠지만
그 부부는 그런 면에선 서로가 제 아픔만을 드러내 보이며
아직도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보면 남편도 같은 희생자의 한 사람이었겠지...

 

우리네 세대들은 그저 순종해야 하고 감내해야 하는 세월을 살았었다.
윗 어른들은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을 하였고
아랫 사람들은 그렇게 하려고 애를 쓰며 지내온 세월들.

 

설령 고부간의 갈등이야 피할 수 없다 하더라도
남편의 위로와 배려가 있었던들
그녀의 몸과 마음이 이토록 처절하게 서러움을 느끼진 않았을 것이다.

 

시집식구들은 내 식구이고
집사람은 엄격히 말하면 내식구가 아니라는 사고방식이었기에
사는 동안에도 서운한 점이 많았다던 그녀.
그러다 보니 마음의 균열이 생겨 건강까지도 헤칠 수 있는 독소가 되버린 것이다.

 

허참~ 이렇게 난감할 때가 있나.
결혼 초엔 남자들의 사고가 그와 비슷할지도 모르겠지만
하나 둘 자식이 생기고 부부 중심의 생활이 되다 보면


이 세상에서 그나마 나를 책임지고 돌봐 줄 사람은
부모도 아니고 형제도 아니고
결국엔  배우자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는 것을...

그건 우리 아내들도 마찬가지.

 

그녀의 넋두리를 들으며
아내는 과연 무엇으로 사는가...세삼스레 생각해 보았다.

 

남편의 이해와 사랑!!
그것밖에 없는 것을...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아직도 아물지 못한 그녀의 상처가 하루속히 곱게 아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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