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날.
북악 산책로 걷기.
진한 풀내음에 코가 화들짝 놀란다.
이 상큼함이라니..!!
팔각정에 도착하자마자
북한산 조망부터.
눈앞에 펼쳐져 있을 북한산은 장막에 가려지고
5미터 앞도 보이지 않는 시야에 눈이 막막해진다.
아쉬운 마음으로 화단의 클로버에게 시선을 보내며
혹여나 있을지 모를 네 잎 클로버를 눈 더듬어 찾아보는데
모두가 한결같이 행복이 제일이라고 하네.
바야흐로 버찌가 익어가는 계절.
멀리 가닿지 못하는 시선이 비에 젖은 벤치에 잠시 앉는다.
순간 내 몸도 축축히 젖어드는 느낌..
이래서 몸과 마음이 동체인가봐.
드디어 하늘마루에 도착했다.
비가 내리니 하늘마루도 오롯하게 우리들 차지.
빗소리 들으며,
바람소리 들으며..
풀숲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도란도란 나누는 담소처럼 들리고
물안개를 배경으로 서있는 소나무의 자태는 환상이었다.
비 오는 날은 운동기구도 쉬는 날.
비 오는 날은 도로도 한산하다.
진주알처럼 영글은 빗방울을 떨굴세라
우산을 받혀 쓴 몸을 90도로 숙이고 걷기도 했다.
또다시 진주알을 품으려면 허탈한 마음일 테니까..
인적 없는 팔각정은 여전히 고요했다.
순간 시야가 환해진다 싶더니 안개에 가려졌던 북한산의 모습이
초를 달리하며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두터운 장막이 걷히는 순간의 경이로움을
어찌 말로,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눈앞에 펼쳐지는 장관을 마주하던 잠깐의 시간은
마음을 모으는 경건한 시간이기도 했다.
북한산의 모습을 보고 가니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울창한 녹색뿐인 숲 속에서
엉겅퀴의 분홍빛을 만난 건 행운 같은 것..!
지난해 송충이에게 부대끼며 성한 잎 하나 없던 참나무였는데
올해는 건강한 모습이다.
그러고 보니 송충이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어쩌면 지난겨울의 혹독한 추위 때문일거라고..
은근하게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북한산은
여전히 신비로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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