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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가을맞이 단상

by bigmama 2011. 10. 6.

 

 

 

조석으로 제법 쌀쌀한 날들.

그동안 미루던 가을맞이 채비를 했다.

안방 침구를 바꾸고,

아들 둘 침대에 전기장판 하나씩 깔아주고 이부자리도 보드라운 극세사 침구로 바꿔주고,

거실에,안방에..우중충해진 커튼을 뜯어내어 세탁한 후 뽀송뽀송 마른 커튼을 내걸었더니

속 레이스 커튼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유난스레 뽀샤시하고 상큼하다.

이렇게 가을빛이 이쁜것을...

 

벽장 모퉁이에 쌓아놓은 솜이불이 생각나서

벽장을 헤집어 꺼내었다.

시집올 때...침대 생활을 함에도 솜이불은 꼭 있어야 한다며 엄마가 마련해 주신 목화솜 이불이다.

덥으면 압사하리만치 두툼하게 솜을 넣어 만든 원앙금침 이불 두채.

 

아이들이 태어난 후에 아이들 요로 사용했더니

해가 갈수록 얼룩덜룩 세계지도가 그려지고...

그렇게 몇해 쓰다가 그만 이불장에서 퇴출되었으나 없애진 못하고 벽장에 보관했었다.

근 이십여년...

 

한동안 솜더미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없앨까 어쩔까 갈등하다가

부랴부랴 솜틀집을 알아내어 전화를 넣었다.

솜이불이 있으니 솜털어 주세요...오후에 솜은 솜틀집으로 건네졌다.

마침내,긴 세월 잠자고 있던 솜뭉치에 새 생명이 불어넣어지는 순간.

 

언제 사용하게 될런지는 모르지만

새 생명으로 태어난 솜이불은 이제 버젓이 이불장에서 쉬게 되리라.

요즘엔 목화가 귀해서 솜이불이 무척 비싸고 그래서 최고로 친다네.

솜트는 가격도 꽤 되지만

최고로 좋은 솜으로 이불을 해주셨던 엄마 마음을 생각하니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다.

 

옷장을 열고...

한여름옷을 추동복으로 바꾸어 챙겨 넣다가 이내 한바탕 패션쇼를 벌였는데

늘 계절이 바뀔때마다 반복되는 상황이다.

올해는 물론 요몇년 내 한번도 입지 않았던 옷가지들이 제법 많았는데

입어보고 어루만지며 갈팡질팡하다가 고만 내려놓기로 했다.

그래,,정리하는거야...

 

굳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닌데 가치나 추억이 깃든 내 삶의 흔적이기에

없애버리기를 주저하였다.

유행에 뒤떨어진 구닥다리가 되어 그나마 입지도 않았지만

그동안 체형의 변화가 별로 없기도 하고

혹여 유행이 다시 돌아오리라는 기대감에다 옷 멀쩡하고,

나름 고가를 지불하고 구입한 것들이라

선뜻 내치지 못했던 것들인데...쓰잘데기 없는 내 욕심의 산물...

 

추려보니 걸러낸 옷가지가 작은 산(?)을 이룬다.에효~

헐렁해진 옷장을 보니 예전과 다르게 얼마나 홀가분하고 개운한 마음이던지~

끼고 있는 마음도 여기저기 켜켜이 쌓아놓은 만큼이나 짓눌려 있었나 보다.

이제 또 다시 흐르는 세월만큼 다시 채워질테지만

생각하니 그것은 더 즐거운 일.

 

그동안은

내 삶의 흔적들이

쓰레기가 되어 돌아다니는 것이 마뜩찮았던 마음이 커서 의류함을 외면했는데

솎아낸 옷가지들을

경비실에 내놓고 되돌아선 발걸음에 콧노래가 다 나왔다.

아우~~개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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